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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파업, AI와 공존할 수 있을까

플랫폼과 AI에 맞선 할리우드 파업

황주영 기자
- 5분 걸림 -
▲ 할리우드 파업 시위를 진행하는 미국 작가조합 / 출처 : 로이터 통신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일상 깊이 파고들어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AI가 발전함에 따라 많은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태 우리는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창의력이 필요한 예술 분야에서는 AI가 예술가들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고도로 발달한 AI는 예술 영역에서도 기존 예술가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예술가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는 상업영화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할리우드에 속한 작가와 배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본 작성은 작가의 고유한 영역이었지만, AI를 활용한다면 AI가 기본 대본을 작성하고 작가는 이를 수정, 보완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AI가 작가의 업무를 대처, 축소함에 따라 작가의 수입 하락 같은 불이익으로 연결된다. 이에 1만 1,500여 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AI 활용 확대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한 추가 소득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 파업해 돌입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맞서 처우 개선, AI 규칙 마련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148일 만인 지난 9월 27일 영화·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연맹(AMPTP)과 잠정 합의를 끌어내 파업을 종료하였다. 합의 내용에는 △AI 문학 자료 작성·재작성 불가 △AI 자료를 ‘원본’으로 간주 불가 △AI로 인한 작가 신용 훼손 방지 △스튜디오의 작가에 대한 AI 사용 강제 금지 △AI 훈련에 작가 자료 이용 시 상호 간 MBA(최소기본협약) △3년간 기본급을 매년 5%, 4%, 3.5%씩 인상 △스트리밍 재상영 시간에 따른 추가 분배금 등 ▲OTT 환경 변화에 따른 대안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번 파업은 AI에 맞선 인류의 첫 파업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파업을, AI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scored a major victory)면서 인류의 ‘창의성’을 놓고 예술가들과 로봇이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고 해석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만 콘텐츠 제작사 11곳이 13억 달러의 손실을 봤고, 1만 7,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작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제작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 워너브러더스 ‘왕좌의 게임’, 디즈니 ‘블레이드’ 등은 속편 제작이 연기됐다. ‘지미 팰런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등 유명 토크쇼들도 촬영을 멈췄다. 또한, 작가들의 파업은 종료되었지만, 16만여 명이 소속된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임금 인상과 AI 확산에 따른 배우보호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들의 파업이 남아 있어 할리우드가 정상으로 돌아가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오래 걸릴 예정이다.

할리우드 파업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이 끝나면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의 정확한 인상 폭, 인상 시점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업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구독료 인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파업으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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