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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미술사의 대표주자 이건용 교수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

최정웅 기자
- 5분 걸림 -

   
 
이건용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개념·설치예술의 대표 작가로 뽑힌다. 실제로 그는 이벤트, 설치, 개념미술의 도입과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답답한 캠퍼스에서 구현되는 협소한 주제 놀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몇 작가들처럼 ‘탈평면’을 외쳤다. 그리고 미술의 다양한 미학적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과연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부터 그의 미술은 시작됐다. 그는 질문의 과정에서 먼 옛날, 과거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결과 그림은 평면위에 그려진 환영이며 조각은 자연물에 가한 인공적인 손길의 흔적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재발견한다. 작가에게 있어 이 재발견의 순간은 예술이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명예교수는 1973년 프랑스 파리비엔날레에 나무의 뿌리 부분을 지층 채 출품했다. ‘신체항’이라는 이 작품을 보면 흙과 나무는 익숙하지만 지층 채의 나무가 전시장에 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는 논리적인 것을 떠나 사물과 우리를 직접 부딪치게 하여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 또는 타지 안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의 이 도전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후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달팽이 걸음’을 발표하고 같은 해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 드로잉전에서 ‘신체 드로잉’을 선보여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이러한 그의 주요 작품은 현재 국립미술관 과천관에서 ‘달팽이 걸음’을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전시 제목 ‘달팽이 걸음’은 그의 대표작 일뿐 아니라 미술계의 주류를 이루는 흐름과 관계없이 꾸준히 본인의 작품 활동을 견지한 삶을 상징한다. 어떤 양식에도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신을 하며, 실험정신을 견지했던 행적이다. 그는 현대 문명의 속도감과 대비돼 느리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생태적 속도를 환기했다. 덧붙여 그는 “선을 그리는 동시에 지우는 ‘달팽이 걸음’은 양위적 현상을 결합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자신의 신체물을 이용한 작품으로 빠진 머리카락 모음, 소변이 용기에 담아 전됐다. 그는 “‘작가의 오줌’이라는 작품은 군산 개정면에 있는 작업실에서 한동안 이웃집 화장실을 썼는데 불편하고 작업이 끊기는 게 싫어 페트병에 볼 일을 봤던 것을 들고 왔다”며 “이게 생태 그 자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전시도 진행형”이라며 관객이 가져온 의자에 싸인을 하거나 관람객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찍어 상영했다. 또한 최근작 ‘빨리 움직이는 놈, 천천히 움직이는 놈’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도로에 빠르게 차가 지나는 영상을 전시하여 나무와 대비되는 자동차의 빠른 이동을 보여주며 그는 “인간의 욕망은 끝없는 속도전”이라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예술은 과정이 중요하다. 자크 데리다가 말한 ‘끊임없는 지연’처럼 현대 미술은 완성이 유보, 지연되고 참여가 이뤄지는 형태다.”라며 “함께 삶의 의미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위하여 존립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그 의미는 소통의 사용성을 말하는 것이고, 사용은 자연스럽게 소멸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예술의 소멸은 무한히 새롭게 열려진 삶의 형식과 더불어 소멸하고 새롭게 태어나기에 무한히 열려져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고 말했다.

최정웅 수습기자

tourres@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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