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한중 수교 20돌을 맞이하여 양국 간 문화교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양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문화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한류(韓流)를 부탁해!
최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공연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노래와 춤,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어깨가 들썩일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한류(韓流)’라는 용어는 9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문화가 처음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용어는 중국어 발음으로 차가운 기류를 뜻하는 한류(寒流)를 연상시키는데 이 속엔 금방 사라질 유행문화라는 폄하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처음에는 한국의 TV연속극, 영화, 대중음악, 온라인 게임 등 대중문화에 관한 호감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한국인의 정신문화, 음식, 패션, 기술, 도덕의식 등을 통틀어 중국과는 다른 새로운 ‘한국 스타일’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중국인은 왜 한류에 열광하는가? 학자들의 분석을 보면 한류의 영상물은 야한 노출이나 폭력이 없고 가족 간의 사랑이나 우정 등 중국 전통적인 정서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한류는 한국전쟁과 분단이란 극단적인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고 발전적인 스타일과 개성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가 근대화과정 속에서 피땀 흘려 이룩한 한국식 민주와 자유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순수하고 인정 넘치는 대중문화의 본질이 끼 넘치는 예술작품으로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개인의 감정과 사람들 간의 정(情)을 오롯이 담고 있는 한류는 중국인에게 분명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문제는 중국에서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한류에 대한 시기와 폄하의 조류도 동시에 일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스스로 문화대국임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한국 스타일의 인기와 추종에 마음 편할 리가 만무하다. 일부 사람들은 <대장금>에 열광하면서도 이 드라마 속에서 다루는 침술과 음식이 원래 중국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종주국인양 행세했다고 비난하였다. 또한 단오절의 세계문화유산 신청에 문화유산 강탈이라고 펄쩍 뛰었다. 최근 한국은 일본과의 독도 문제로 두 나라 사이의 경제·문화 방면의 교류가 상당한 경색국면을 맞고 있다. 한중간의 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동북공정 등의 영토분쟁도 중국내에서 한류를 혐오하는 혐한류(嫌韓流)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중국에서 한류는 분명 갈림길에 서 있다. 흐르다(流)는 한자의 의미대로 일시적으로 유행하다 사라질 유행문화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로 발 돋음 할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다음 한국 내에서 중국 문화의 붐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2. 한풍(漢風)이 전하는 말
중국하면 한국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자나 짜장면, 쿵푸, 팬더 정도일 것이다. 중국에 부는 한국 스타일인 한류와 대비하여 한국에서 부는 중국 문화의 붐은 어떠한가? 《한류한풍 (韓流漢風》이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류에 비해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중국문화를 한풍(漢風) 혹은 화류(華流), 화풍(華風) 등의 용어로 표현한다. 대체적으로 중국인이 쓰는 용어를 구분해보면 예부터 한국에 전해져 온 유가사상이나 음식, 화교 등을 포함하는 중국 문화의 붐은 한풍을 쓰고, 20세기 이후 한국에서의 중국어 붐이나 여행, 중국 상품 등의 유행은 현대적 의미의 화풍이나 화류를 쓴다.
사실 한국에서의 중국 붐은 중국에서의 한류 붐에 뒤지지 않는다. 한중 국교 수립 이후 서울, 인천, 부산 등 많은 도시에 차이나타운(唐人街)이 조성되었다.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중국의 공자학원과 중국문화센터가 서울에 세워졌고 중국어를 배우거나 유학,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자본이나 화상(華商)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과 한국 대학 내 중국유학생의 증가, 한중 지방 간 문화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문화교류 부분에서 한국 내 중국 붐을 살펴보자. 최근 서점가를 보면 중국고전 읽기 붐이 거세다. 몇 년간 자기개발과 처세술이 화두로 떠오르며 《논어》《손자병법》《한비자》《삼국지》등이 새롭게 해석되어 출간되고 공자, 맹자, 손무, 한비자 등에 관한 관심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사실 중국 출판계에서 번역된 우리의 고전은 소수이며 현대작가의 경우도 황석영, 염상섭, 신경숙, 권지예, 이문열 등에 국한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는 위화(余華), 쑤통(蘇童), 모옌(莫言) 등 유명 소설가 이외에 이중텐(易中天), 위처우위(余愁予) 등 인문학자와 인문학 저서 들이 많이 번역되었다. 특히 올 해는 마오쩌둥(毛澤東),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보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한풍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잠재력과 풍부한 문화자원을 갖춘 나라이다. 중국이 오천년 동안 축적된 다양한 문화자원과 다채로운 소수민족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이를 문화콘텐츠화 한다면 중국의 한풍은 대단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3. 한류의 길, 상생의 길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악화와 중국의 G2로의 부상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유교와 한자를 공유하는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왔다. 한국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로 우리만의 우수한 언어를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한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말은 안통해도 글로는 통할 수 있게 해 주는 편리한 언어매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온정, 효행, 인의, 우의 등의 예절과 공공심 역시 한국 것만은 아니고 중국 나아가 ‘전 아시아적 가치’ 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중 양국은 이런 아시아적 가치와 문화를 서로 어떻게 발전시켜 전 인류의 행복과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가치와 문화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한 중 두 나라는 정치·경제 방면의 협력 뿐 아니라 문화예술 교류 및 교육 교류 방면에서도 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아시아의 문화원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번역의 활성화를 통해 기획과 제작 방면에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양국의 풍부한 문화 자원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디지털화하며, 아시아 여러 지역을 하나로 묶는 관광개발도 요구된다.
내년 한중 양국은 모두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나라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중간 두 나라는 자국의 문화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류의 폭을 훨씬 넓혀야 할 것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 문화산업 육성에 온 힘을 집중할 것이다. 우리는 한류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 한·중 두 나라의 문화교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서로 협력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한류와 한풍의 만남은 분명 한·중 두 나라의 문화가 새로운 인류의 문화를 창조해내는 희망의 길, 그 상생의 도를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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