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단어(1)
'다르다'를 둘러싼 단어들
'다르다'를 둘러싼 단어들
서로 다른 뜻을 지닌 단어여서 구별해서 써야 함에도 혼동해서 쓰는 단어들이 있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함’을 뜻하고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남’을 뜻한다. 따라서 두 단어는 각각 ‘나는 너와 다르다.’, ‘아들이 아버지와 얼굴이 다르다.’와 ‘계산이 틀렸다.’, ‘답이 틀렸다.’처럼 쓴다. 그런데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써서 틀린 문장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1)가. *넌 나와 생각이 틀리구나.
나. *이렇게 감쪽같이 고치다니 기술자는 역시 틀려.
(1가, 나)의 ‘틀리구나’와 ‘틀려’는 각각 ‘다르구나’와 ‘달라’로 바꿔야 맞는다. 두 단어의 품사도 다르다. ‘다르다’는 형용사인 반면, ‘틀리다’는 동사이다. 우리말은 동사에 붙는 어미의 모습과 형용사에 붙는 어미의 모습이 다르다. 당연히 두 단어가 활용하는 모습도 다르다.
(2)가. 넌 나와 생각이 {다르다.(-다: 현재) / 다르구나.(-구나: 감탄)}
나. 나와 생각이 다른(-은/ㄴ: 현재 관형사형) 사람
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다고: 인용) / 다르다면(-다면: 연결어미)}
(3)가. 아무리 해도 자꾸 계산이 {틀린다.(-는다/ㄴ다: 현재) / 틀리는구나.(-는구나: 감 탄)}
나. 자주 틀리는(-는: 현재 관형사형) 우리말
다. 맞춤법이 {틀린다고(-는다고/ㄴ다고: 인용) / 틀린다면(-는다면/ㄴ다면: 연결어미)}
(2)에 쓰인 어미 ‘-다’, ‘-구나’, ‘-은/ㄴ(현재)’, ‘-다고(인용)’, ‘-다면’는 형용사에 붙고, (3)에 쓰인 어미 ‘-는다/ㄴ다’, ‘-는구나’, ‘-는(현재)’, ‘-는다고/ㄴ다고(인용)’, ‘-는다면/ㄴ다면’은 동사에 붙는다. ‘틀리다’가 동사이므로 실제 언어생활에서 ‘계산이 자꾸 틀리다.’, ‘계산이 자꾸 틀리구나.’, ‘맞춤법이 틀리다고’, ‘맞춤법이 틀리다면’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두 단어의 반의어 역시 서로 다르다. ‘다르다’의 반의어는 ‘같다’이고 ‘틀리다’의 반의어는 ‘맞다’이다. ‘다르다’가 형용사이듯 그 반의어인 ‘같다’ 역시 형용사이고 ‘틀리다’가 동사이듯 그 반의어인 ‘맞다’ 역시 동사이다. 그러나 ‘맞다’를 마치 형용사처럼 활용하여 틀리게 쓰는 경우가 있다.
(4)가. *다시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다.(현재) / 맞구나.(감탄)}
나. *그 답이 {맞다고(인용) / 맞다면(연결어미)}
(4)는 틀린 문장이다. ‘맞다’는 동사이므로 동사에 붙는 어미를 써야 한다. 곧 (4가)의 ‘맞다’와 ‘맞구나’는 ‘맞는다’와 ‘맞는구나’로, (4나)의 ‘맞다고’와 ‘맞다면’은 ‘맞는다고’와 ‘맞는다면’으로 고쳐야 맞는다.
한편 형용사 ‘다르다’와 관련된 단어 중 ‘다르다’의 관형형인 ‘다른’과는 다른, 관형사 ‘다른’이 있다. 이 둘은 품사도 다르고 뜻도 다른 별개의 단어이다.
(5)가. 나와 다른(*딴) 생각을 가진 사람
나. 겉과 속이 다른(*딴)사람
(6)가. 다른(딴)사람들은 어디 있지?
나. 편식하지 말고 다른(딴)것도 먹어라.
(5)의 ‘다른’은 형용사이고 (6)의 ‘다른’은 관형사이다. (5)의 ‘다른’이 형용사 ‘다르다’와 같은 뜻을 지녔다면 (6)의 ‘다른’은 ‘당장 문제되거나 해당되는 것 이외의’의 뜻을 지닌다. 곧 형용사 ‘다른’이 ‘different’를 뜻한다면 관형사 ‘다른’은 ‘another’를 의미한다. (5)의 ‘다른’은 형용사이기에 ‘(무엇이) 무엇과 다른’과 같이 쓰여서 앞에 ‘(무엇이) 무엇과’와 같은 명사구를 요구한다. 반면 (6)의 관형사 ‘다른’은 앞에 특별한 명사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둘을 구별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관형사 ‘다른’은 ‘딴’으로 줄여 쓸 수 있지만, 형용사 ‘다른’은 ‘딴’으로 줄여 쓸 수 없다. 따라서 형용사로 쓰인 (5)의 ‘다른’은 ‘딴’으로 바꿀 수 없는 반면 관형사로 쓰인 (6)의 ‘다른’은 ‘딴’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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