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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문학상 문학부문 가작(시)

중력의 계보, 별의 탄생

- 5분 걸림 -

중력의 계보

어머니의 자궁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중력은 깨뜨리기 어려운 습관이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5층 아파트 층계에서 떨어진 그녀에게서
어머니와 닮은 점이 있었다,
혹시 어머니일지 모르는 그녀는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태어난 가벼움 같았으므로
그녀는 매우 단단했기에 깨지기 쉬웠다,
라는 오류를 찾아냈다

어머니와 그녀는 자궁을 짓이겨 벌건 울음만 낳았다
나와 닮은 허물이 나를 낳다가
떨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건돌리기를 하듯
중력에 거스르는 법 없이,
침대 위
불콰한 생과 마주한 어머니들만이
새로운 중력을 낳는다

 

별의 탄생

10평도 안 되는 비좁기만 한 제자리에 누워
어머니가 뒤척일 때마다 비져나온 깃털들,
무딘 뾰족함에 등이 아파왔겠지
고시원이 줄지어 자리한 골목에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건강원 하나
어머니가 핑그르르 돌다 멈춰선 곳에서
흰자와 섞이지 않고 남아있는 빨간 핏덩이를 마주하곤 해
어머니의 둥그런 배에 남아있던 온기가
알알이 차오르고 없어져 간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 온
목 막힌 계승이기도 하지
녹슨 창살 틈으로 새하얀 달이 까만 벽에 부딪혀
깨져가는 동안에도 씨 없는 알들은
소리도 없이 지글지글 익어가겠지
기실 같은 욕조에 몸을 뒤척이며 익어가는 몸뚱이,
송두리째 뽑히는 무수한 깃털의 뿌리가
어둠에 뿌려진 살비듬과 흡사해 보인다
간간이 버스 정류장에서의 웅성거림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닭의 날갯짓처럼 바닥을 천천히 걸었다
어머니, 당신의 희생이
쭈그린 몸뚱이의 뒤편이
뚝배기에 담겨지는 백숙마냥 뽀얗기만 하다
어머니가 껴안은 동그란 달이
콕콕 깨어나는 밤이 온다

 

소감

 

최근에 새로운 시집을 구매했다.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던 애인은 다른 사람의 울음을 대신 삼킨 듯 어디론가 가버리고 입속에 검은 잎을 품은 그는 사실 나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 처음, 관계란 것을 알게 된 소녀는 점점 가벼워졌으며 나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에듀케이션을 배우지 않았다. 네모난 시집에 적혀진 네모라는 종이에는 누군지 모를 또 다른 내가 존재해있고 나탈리 망세, 그녀의 신음은 옹이에 박혀 내 마음을 두드리기 충분하다.

 

나는 시를 항상 알딸딸하고 고급스러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소주 몇 잔에 불콰해진 얼굴로 남의 불행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매일 새벽 자신의 불행을 주제로 시를 남기곤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인 불행 몇 덩어리가 25줄 내외의 시로 탄생하는 장면들을 많이 겪었고 많이 보았다. 내가 읽는 시들도 전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로테스크는 내게 미학이다. 그리고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과 몸의 곡선, 늙어도 아름다운 여성의 봉긋한 가슴 그리고 성에 대한 탐닉들을 여전히 믿고 그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다.

 

 

비록 완성도 없고 두서없는 시를 썼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시들을 내 안타깝기도 아쉽기도 합니다만 많은 상에 매달리지 않고 조금 더 자신 있는 시로, 완성도 있는 시로 한정적인 도전을 하는 게 나았지 않았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많은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애꿏은 수상소감에서 드러나는 듯이 매년 생각하는 후회고 늘 제가 불만족이라고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또 도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조금 더 앞을 보고 정진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시를 배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제 꿈을 알고 밀어준 사람들에게 전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 부족한 점을 알고 이해해해주고 아낌없이 보살펴주는 애정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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