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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다. 철인 3종 경기

- 9분 걸림 -

   
 
때는 바야흐로 2013년도 24살 후반 무렵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어떤 일을 성취하고 나서 그 성취감이 극에 달했고 보람을 정말 느꼈었던 경험이 있는지” 그 순간 예전에 경제학과 정균승 교수님의 생활경제수업시간에 들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사람은 1가지 장점과 99가지의 단점이 있다. 이 한가지의 장점을 잘 살려라” 아차! 나는 결심했다. 나의 장점인 체력을 살려 철인3종경기에 도전해보기로.

철인3종경기란 수영1.5km, 사이클40km, 달리기10km를 제한시간은 3시간30분안에 들어와야 하는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대회였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연습할 시간도 많이 필요해 보였고 금전적인 부분도 많이 필요했다. 이미 나의 결의가 굳건한 만큼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금전적인 제약을 극복하며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단 수영의 기술을 몸에 익혀야 했다. 학기 중에 매일 수영장에서 수영을 연습하였고 저녁에는 길거리에 있는 철봉이나 평행봉등을 활동해 웨이트를 하고 군산대 대운동장을 15~20바퀴씩 뛰었다. 하지만 학기 중에 한 번의 고비가 왔었다. 75m지점까지 가면 숨이 차서 나아가질 못했다. “철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라고 스스로 자기 합리화 하면서 중도에 포기할까도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에게 ‘끈기’라는 백신치료제가 있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그 백신치료제를 맞고 참고 계속 했다. 그 결과 어느 순간 수영 호흡법이 트면서 1500m까지 완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한 학기를 마치고 사이클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좀 더 심도 있는 훈련을 하기위해 휴학을 했다. 7월 달부터 치킨 집 알바를 하였다. 첫 월급을 받고 얼마 안 되는 목돈을 합쳐 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당장 사이클이 있어야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이면 살 줄 알았는데 가보니 100만 원대 후반은 돼야 괜찮은 자전거를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선금 100만원을 주고 나머지 돈은 다음 달에 주기로 하고 180만 원짜리 사이클을 구매했다. 사이클을 구매하니 대회까지 남은 기간이 약 70일 정도였다.

하루를 오전은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훈련했고 알바 가기전 오후6시까지는 휴식을 취하거나 도서관을 갔다. 대회30일전에는 정말 실전처럼 훈련했다. 이 전 기간에는 각 종목별 조금씩 휴식을 취했는데 쉼 없이 수영-사이클-달리기 훈련을 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고비가 온다. 사이클 훈련을 하고 달리기 훈련을 바로 하려다 보니 다리 힘이 없어서 다리가 풀려서 3km밖에 가지 못했다. 전에서 언급했듯이 다시 ‘끈기’ 백신주사를 맞게 된다. 달리기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식으로 훈련을 했다. 마침내 수영-사이클-달리기 훈련을 완주했다. 계속 훈련을 하다 보니 드디어 대회 하루전날이 다가왔다.

대회하루전날에는 등록/검차를 하고 경기설명회를 듣기위해 아빠 동생과 같이 통영 숙소에 방을 잡고 통영실내체육관으로 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음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일찍 잤다. 드디어 대회 날이 밝았다. 경기장에는 약 2천명의 사람들이 연령대별로 각자 다른 수영모를 쓰고 슈트를 입고 있었다. 드디어 연령대별로 먼저 수영경기가 시작되었다. 뒤에서 바닷물 살을 가르며 헤엄쳐 가는 참가자들을 보니 정말 멋있어보였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드디어 나의 연령대순서가 왔다(참고로 수영은 연령대별로 5~10분씩 간격을 두고 출발을 한다).

   
 
출발하기위해 바닷물에 입수를 해 출발선에 도열했다. 드디어 경적소리가 울리고 약 120여 명의 20대 참가자들이 일심동체로 출발을 한다. 역시 바다수영은 달랐다.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정말 답답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의 몸싸움으로 인해 부상의 위험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페이스를 잘 조절해서 1500m지점의 도착선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고 바로 자전거 바꿈터로 달려가 사이클을 탔다. 통영 사이클 코스는 철인들 사이에서 ‘악마의 코스’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평지가 없고 오르막 내리막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몸소 경험하니 오르막에서는 시속8km/h, 내리막에서는 시속60km/h 까지 나왔다. 그렇게 힘겹게 사이클을 완주하고 다시 바꿈터로와 바로 10km 달리기를 하러 뛰어나갔다.

달리기 초반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 대회하나만 바라보고 연습해왔던 내 자신에게 떳떳해 지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 할 수 없었다. 호흡법을 바꾸고 중간 중간에 서포터들이 주는 물을 마시니 옆구리 통증이 슬슬 약화되기 시작해 결승지점까지 전력으로 질주하였다. 드디어 저 멀리서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결승선이 100m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마지막 스퍼트를 내 더더욱 빨리 달렸다. 결승선50m..40..10..골인!!! 서포터즈들이 완주 목걸이를 목에 걸어준다. 정말 이 메달을 보면서 감격스러웠다.

이 메달하나를 얻기 위해 투자했던 나의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 전혀 아깝지 않았다. 기록은 2시간50분으로 18~24세 부문에서 7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냈다. 나는 그렇게 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의 체력, 도전정신, 열정, 끈기로 이루어 낸 철인3종 경기 완주. 나는 이 대회를 통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사람에게는 ‘하고싶은것’ 과 ‘해야 할 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것들을 잘 조절해야 한다. 예컨대, 내가 ‘하고 싶었던’ 철인3종경기를 계속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가 선수가 아닌 이상 내가 ‘하고 싶었던’ 그 것으로 인해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해야 할일’만 한다면, 예를 들어 스펙을 위해 공부만 하다보면 나중에 나이 먹고 젊은 청춘시절에 ‘하고싶은것’을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이 두 가지를 잘 조절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내가 ‘해야 할일’을 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철인3종경기 완주한 것을 자랑하려고 글을 투고 한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보고 군산대 생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지며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도전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대한민국 청춘 파이팅!

 강수석 (행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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