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없다’의 높임말
-‘계시다’와 ‘있으시다’ 그리고 ‘안 계시다’와 ‘없으시다’
‘있다’의 높임말로 흔히 ‘계시다’를 떠올린다. 그러나 ‘있다’의 또 다른 높임말이 있다. ‘있으시다’가 그것이다. 이 둘은 확연히 구별되어 쓰임에도 불구하고, ‘계시다’와 ‘있으시다’를 혼동해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우선 올바르게 쓰인 예부터 살펴 보자.
(1)가. 희철아, 너 여기 좀 있어라.
나. 할머니, 여기 좀 계세요.
다. 희철아, 너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라. 할머니, 지금 어디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2)가. 희철아, 너 우산 있니?
나. 할머니, 우산 있으세요?
(1)에서 ‘있다’의 주어가 높여야 할 인물인 ‘할머니’일 경우 ‘있다’ 자리에 ‘계시다’를 썼다. 그런데 (2나)의 경우 ‘할머니, 우산 계세요?’라고 하면 어색하다. ‘계시다’와 ‘있으시다’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계시다’는 ‘존재하다’의 뜻을 지닌다. ‘계시다’는 높임의 대상이 되는 주어가 사람일 때, 그 주어를 직접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계시다’의 품사는 동사이다. 문장 (1나, 라)의 주어는 사람인 ‘할머니’이며 이 문장에 쓰인 ‘계세요’의 품사는 동사이다. 동사이기에 (1)과 같은 명령형 문장이 가능하다. 한편 ‘있으시다’는 ‘소유하다’의 뜻을 지니며, 대개 주어는 사람이 아닌 사물이다. 곧 주어인 사물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을 간접적으로 높일 때 쓰인다. 그리고 ‘있으시다’의 품사는 형용사이다. 문장 (2나)의 주어는 사물인 ‘우산’이다. (2나)의 ‘있으세요?’는 우산을 소유하고 있는 ‘할머니’를 간접적으로 높이고 있다. 그리고 ‘있으시다’의 품사가 형용사이기에 ‘우산(이) 있어라’와 같은 명령형이 불가능하다.
결국 ‘있다’는 동사와 형용사 두 품사로 쓰이는데, 동사로 쓰일 때의 높임말은 ‘계시다’이고 형용사로 쓰일 때의 높임말은 ‘있으시다’라고 정리된다. ‘계시다’와 ‘있으시다’를 부정하는 말 역시 서로 다르다. 동사 ‘계시다’의 부정은 ‘안 계시다’이고 형용사 ‘있으시다’의 부정은 ‘없으시다’이다. 아래를 보자.
(3)가. 할머니, 집에 안 계세요?
나. 할머니, 우산 없으세요?
이제 우리가 흔히 잘못 쓰고 있는 표현을 살펴 보자.
(4)가. 지금부터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나. 할아버지, 뭐 하실 말씀 안 계세요?
다. 용무가 계신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 주세요.
라. 그 어르신에게는 손주가 하나 계세요.
마. 할머니, 가만히 있으세요.
(4가, 나)의 주어는 사물인 ‘말씀’이고 그 서술어는 명령형이 불가능하므로 형용사이다. 따라서 (4가)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또는 ‘있겠습니다’)로, (4나)의 ‘하실 말씀 안 계세요?’는 ‘하실 말씀 없으세요?’로 바꿔야 한다. (4다) 역시 주어인 ‘용무’가 사물이므로 ‘계시다’를 써서 사물을 직접 높일 수는 없다. ‘용무가 계신’을 ‘용무가 있으신’으로 바꿔야 한다. (4라)의 경우 주어 ‘손주’는 사람이지만, ‘계시다’를 쓰면 손주를 직접 높이게 되므로 옳은 표현이 아니다. 손주를 ‘가지고 있는’ ‘어르신’을 간접적으로 높여야 하므로 ‘손주가 하나 계세요’를 ‘손주가 하나 있으세요’로 바꾼다. (4마)는 주어가 할머니이고 명령형 문장이므로 동사인 ‘계시다’를 써서 ‘가만히 있으세요’를 ‘가만히 계세요’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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