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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맞는 ‘적정선’을 찾는 일

과한 것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트린다

유지혜 기자
- 4분 걸림 -

식소사번(食少事煩)은 몸을 돌보지 않고 바쁘게 일한다는 뜻이다. 이에 얽힌 이야기는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위진남북조시대 때에 위나라의 사마의가 제갈공명과 대치중인 때부터 시작한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끌어내어 빨리 승패를 매듭지으려 했지만, 사마의는 지구전으로 제갈량이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대치하며 사신만 자주 왕래할 때, 사마의는 제갈공명이 보낸 사신에게 “공명은 하루 식사는 어찌하며 일 처리는 어떻게 하시오?” 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사신은 “음식은 지나치게 적게 먹고, 일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손수 일일이 처리 한다”고 말했고, 이에 사마의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먹는 것은 적고 일만 번거로우니 어떻게 오래 지탱할 수 있겠소” 라고 말했다. 사신이 돌아오자 제갈량은 사마의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고, 사자는 들은 바를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제갈량은 “중달의 말이 맞구나. 나는 아무래도 오래 살 것 같지가 않다”라고 했으며, 과연 제갈량은 곧 병이 깊어져 진중에서 죽었다.

‘적당히’라는 말은 살면서 굉장히 애매하게 들리는 말 중 하나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에게 할당된 제한선이나 허용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적당히’와는 다르게, 환경에 적응된 보편적인 ‘적당히’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던가, 일주일에 해야 하는 운동의 적정량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한편, ‘적당히’는 사람을 비꼬게 될 때도 쓰게 된다. ‘적당히 좀 먹어라’라던가 ‘돈 좀 적당히 써’라는 말이 그 예시이다. 이렇게 보면 무엇이든 적당히 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무척이나 중요하기도 하다.

최근에는 ‘적당히’라는 말이 생소해질 정도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학교나 회사, 심지어 집에서도 어떤 것이든 적당한 것이 없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밥도 모자라게 먹어가며 일을 할 때에도 적당함을 넘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적정량을 넘어선 순간부터 오히려 능률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사태를 발생시킨다. 한 사이트에서는 자신들의 중독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적당히’를 넘어선 그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악몽 같은 삶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도 우리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올 것 같았던 2014년의 새해가 밝아오고 올해는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보다 더 높아지는 시간이 돌아오고 있다. 올해에는 계획을 짜되, 본인에게 맞는 적정선을 찾아내어 지키려고 노력하자. 식소사번에 얽힌 이야기의 제갈량처럼 노력한다면 명예나 돈 등은 얻을 수 있을지라도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 말이다.

유지혜 기자

wlgp3133@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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