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많은 타인들과 이런 저런 연유로 어울려 지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고 행동에 영향을 받고 말에 영향을 받으며 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생각, 행동, 말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다보면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괴로움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성인으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괴물로 보일 수도 있다. 같은 사람이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보온이 되는 밀폐된 상자에 얼음을 담고 따뜻한 물은 부우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따뜻한 물의 열이 얼음을 녹여 미지근한 물만 남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더욱 흘러 상자 속의 에너지가 보존이 되더라도 미지근한 물이 따뜻한 물과 얼음으로 변하지는 않는데 이를 설명하는 법칙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엔트로피란 무질서도의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이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확률을 사용한다. 확률이 높은 상태일수록 엔트로피가 높고 확률이 낮은 상태일수록 엔트로피가 낮다고 할 수 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확률이 높은 상태로 변화하고자 하는 자연의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책상 정리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잘 정리정돈 된 책상 위의 문구와 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기저기 나뒹굴게 되고 결국에는 책상 정리라는 고된 일을 함으로써 다시 잘 정리정돈 된 책상으로 바뀌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잘 정리 정돈된 책상으로 있는 상태에 대한 확률보다 어지럽게 여기저기 문구와 책들이 놓이게 될 상태에 대한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책상 정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 책잡지 말자. 책상 위는 아무리 잘 정리를 하여도 시간이 지나면 어지럽혀 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다시 사람들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도 체계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러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도 이러한 자연의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미지근한 물의 온도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의 당연한 섭리이듯이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때로는 즐거움의 에너지를 주거나 받으며 때로는 괴로움의 에너지를 주고받아 결국에는 즐겁다면 즐겁고 괴롭다면 괴로운 미지근한 물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룬 공동체도 아무리 잘 구분되어 정리가 되어 있을 지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기저기 얽히고 설켜서 어지럽게 꼬이게 되는 것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좀 더 이해가 쉬울 수도 있겠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은 미지근한 물의 공동체 속에서 얽히고 설키어 산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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