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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황룡학술문학상 학술부문 우수상 (영화리뷰)

생명을 건 선택의 연속

황주영 기자
- 13분 걸림 -

 

생명을 건 선택의 연속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의 시기에 살고 있다. 전 세계 약 78억 명의 인구가 단 하나의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누군가는 병으로 목숨을 빼앗기고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단 하나의 이유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경우가 또 무엇이 있을까? 질병이나 사고, 자연재해 등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가장 힘든 상황은 바로 전쟁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이 크고 작은 전쟁을 만들어낸다. 그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다. 각 4년과 6년의 기간 동안 약 1,000만 명과 7,000만 명이 사망하였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이러한 전쟁을 겪은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270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본래 같은 나라의 한민족이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며 살인과 약탈을 일삼은 것이다. 이 얼마나 참혹한 현실인가? 그 이후 두 나라로 나뉜 지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8선이라는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뉘어 휴전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지금 당장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각 나라는 이 상황을 알고 있기에 각국의 군사력을 키우며 병사를 양성하고 무기 개발을 하며 최악의 상황을 항상 대비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1991년부터 약 8년간 수차례에 걸쳐 결국은 연방의 6개 구성 공화국이 해체된 유고슬라비아 전쟁과 1992년 민족적•종교적 이유로 발발한 보스니아 분쟁, 2011년 정부의 지지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무장 충돌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이 그 예이다. 그리고 1990년 정부와 반군의 충돌로 시작된 모가디슈 내전도 그중 하나인데, 오늘 나는 이 내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모가디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때는 1990년, 아직 우리나라가 UN(United Nations, 국제연합기구)에 가입하지 못한 상황일 때의 일이다. UN에 구성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입할 수 있었다. 가입이 확정되지 않은 당시 우리나라는 투표권을 가진 소말리아와의 외교를 위해,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로 외교관을 파견한다. 이 영화는 그중 대표 격인 한신성 대사와 그의 일행을 주축으로 전개된다.

그들은 소말리아의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상징하는 여러 선물과 함께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길을 나선다. 한적한 길을 달리던 도중, 강도의 습격을 받아 선물과 차를 잃어 초췌한 모습으로 남게 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들은 두 발로 달려 대통령에게 향한다. 그곳에서 북한의 외교관과 마주치게 되고 서로를 방해하지 말라는 신경전을 벌이던 와중에 건물 밖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거리의 상인들, 동네 주민들의 목소리가 한순간 비명으로 바뀌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반군 U.S.C가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총과 대포를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반군의 공격으로 통신마저 먹통이 되어 완전히 고립되고 만다.

그들은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거리는 이미 무장한 반군들에게 점령되어 건물 외부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대사관을 빼앗겨 도망친 북한 외교관이 한국의 대사관에 대피를 요청하고 한신성 대사는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초반에는 서로를 경계했지만, 악화되어만 가는 상황에 남한과 북한은 임시 동맹을 맺는다. 남한과 북한은 때로는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기도 하며 신경전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관객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을 하는 듯하였다. 이를 포함한 수많은 대립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갈등, 그리고 상영 내내 극장에 가득 찬 총성과 비명은 상영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온몸의 근육이 굳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임에도 ‘모가디슈’는 개봉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약 34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였다. 더불어 8.69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화가 이렇게 빠르게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훌륭한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캐스팅일 것이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믿고 보는’ 주연과 조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홍보 효과와 더불어 작중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출연진만 유명하다고 하여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 뒤에는 수많은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다. 실제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여행 금지 국가여서 제작진은 소말리아 대신 입국 가능한 아프리카 도시를 약 4개월간 물색해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소품도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또한, 자료조사를 위해 당시 미 해군 기록, 국내 외교협회 기사를 찾아보고 한국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소말리아 대학생을 만나는 등,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활용했다고 한다. 이렇듯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던 것이다.

둘째는 ‘영화 자체의 재미’이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선 재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주제로 만들었다 해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높은 별점은커녕, 기대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혹평만이 날라올 것이다. 나 또한 나의 돈과 2시간 이상을 투자하여 관람한 영화가 재미가 없었다면 영화 리뷰는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내전 중인 나라에 갇히게 된 위험한 상황 속 전개되며, 그중 다양한 사람과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은 두 시간의 상영 내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고 나를 비롯한 관객들을 단숨에 휘어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 ‘관객에 대한 배려’이다. ‘모가디슈’는 전쟁의 암울한 현실을 숨기려 하지도 않고 너무 과하게 나타내지도 않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했고, 중간중간 재밌는 요소를 넣어 분위기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한 연출이 있었기에 우리는 웃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었으며 그저 죽고 죽이는 전쟁의 어두운 면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아, 이 장면은 참 기억에 남는다.’라고 곱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극 중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장면을 꼽으라면 탈출에 성공한 남•북 대사들이 헤어지는 장면이다. 내전 국가에서 탈출하기 위해 힘을 합친 두 국가는 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다시 적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은 서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비행기에서 각자 따로 내린다.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도, 눈길도 편히 주지 못하고 마중 온 사람들의 차를 타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 마지막 순간 한신성 대사의 시선이 림용수 북한 대사에게 향했지만, 그의 시선은 이곳을 향하지 않는다. 바로 직전까지 생사를 넘나들며 함께 달렸던 이들이, 각자의 국가가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마지막 인사조차 편히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둘의 엇갈리는 시선은 나로 하여금 전우애와 적대심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게 했고 동시에 가슴이 먹먹한 듯한 묘한 감정을 들게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모가디슈’는 전쟁영화 특유의 긴박하고 빠른 전개로 관객들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주는 연출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만이 영화 초반부터 전개되니 정부와 반군의 내전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만약 이전에 벌어진 둘 사이의 갈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넘어갔다면 내용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리뷰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나는 이 영화의 포스터를 칭찬하고 싶다. 영화를 보기 전에 본 포스터는 ‘두 주연 배우와 군인들이 마주친 상황이겠구나’ 정도로 보인 반면.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포스터를 보았을 때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고, 한 장의 사진에서도 이처럼 많은 내용과 그 상황의 긴장감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연스레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멍하니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봤다면 집에 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포스터를 보길 바란다.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가는 길에 극 중 “진실은 두 가지가 있을 때도 있습디다.”라는 한신성대사의 명대사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두 개의 진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과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 선택으로 인해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건네게 되었고 아직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다. 후회 한 일을 이겨내고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에게 그것은 값진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가디슈’는 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전혀 지루하게 풀지 않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누군가의 죽음, 갈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발생시켜 크고 작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대립하여 직접적인 충돌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들 중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는 민간인의 시선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뤄냈다. 그로 인해 관객 모두에게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으며, 가슴 깊숙한 곳에 은은한 여운을 남기고 간 듯하였다.

현재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일부 지역은 전쟁으로 아파하고 있다. 나 또한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작년 2월 전역하였는데, 내가 사회에 있을 때 보았던 북한과 군 복무 중 본 북한은 사뭇 달랐다. 사회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며 그저 우리나라와 전쟁을 했던 분단국가이며 만약 통일된다면 한 번쯤 백두산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군인 신분의 나에게 북한은 적이었다. 항상 경계해야 하고 언제나 전쟁을 대비하여 체력을 길러야 했으며, 그들에게 향하게 될 총을 쏘는 방법을 배웠다. 군 복무를 마친 지금도 예비군 신분으로 언제든 전쟁이 발발하면 달려가 목숨을 걸어 싸워야 한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젊은 청년들은 자신의 시간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아픔을 겪었을 과거 우리나라 군인들과 국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군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3학년 유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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