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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퍼거슨 소요 사태 확산

흑인 살해 경관 불기소로 시위 일파만파

안송희 기자
- 6분 걸림 -

   
사진출처_디지철 타임스

8월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흑인 폭동이 발생했던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가 또다시 심각한 폭력사태에 휩싸였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은 11월 24일 밤 마이클 브라운(18)을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28)에 불기소 결정을 발표했다. 12명의 대배심에는 백인 9명과 흑인 3명이 참여했다.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퍼거슨 시내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벌어졌다.

성난 흑인들이 도심 곳곳에서 경찰차를 부쉈고 상점의 유리창을 깨며 약탈을 자행했고 수십 채의 건물에 불이 났다. 이에 경찰과 주 방위군은 주요 공공시설을 방어하면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방화와 약탈이 한바탕 휩쓸고 간 퍼거슨 시내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11월 25일 새벽 피해 현장을 둘러 본 CNN방송 기자는 “깨진 유리창들이 아스팔트 위를 뒤덮었고 경찰이 쏜 연막탄 연기가 차가운 공기 속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브라운이 숨진 곳에서 가까운 주요 상가인 웨스트 플로리선트가는 한쪽의 상점 전체가 불타기도 했다. 델우드 지역에서도 주차된 차량들이 무더기로 불에 탔고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밤사이 방화 피해를 본 상가는 모두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총성이 계속 들리면서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밤사이 150여 발의 총성이 들렸다”면서 “경찰은 총을 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현장에서 82명을 검거했다. 일부 시위대는 방화와 약탈 관련 보도에 불만을 품고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25일 새벽 회견을 갖고 “시위가 격렬했던 8월 당시 최악의 밤보다 훨씬 나쁜 상황 같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항의 시위는 거의 같은 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시카고 경찰청 앞에 모인 시위대 수백 명은 ‘내가 마이클 브라운이다’, ‘우리는 정의를 쟁취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뉴욕에서는 시위대가 유니언 광장에 세워둔 바리케이드를 부수며 격렬히 항의했다.

미주리 주와 퍼거슨 시는 폭력시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배심 결정은 이날 오전에 내려졌지만 당국자들은 발표를 오후 8시 이후로 미뤘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주민과 학생들이 귀가하고 상점이 문을 닫는 시간대를 택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대배심 결과 발표 전인 오후 5시 반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제와 상호 존중의 미덕을 보여 달라”며 “폭력행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 측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매컬럭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대배심은 지난 3개월 중 25차례 회의를 했으며 법의학 전문가를 포함한 약 60명의 증언을 청취했다”며 결정 이유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다수의 목격자 증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물리적인 증거와 상충됐다”며 “일부 목격자는 윌슨이 뛰어 도망가는 브라운의 등에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부검 과정에서 브라운의 등에서는 어떤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을 부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브라운 가족의 성명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는 큰 진전을 이뤘고 나도 그 진전을 목격했다”며 “재산을 약탈하고 남을 다치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밤 12시를 넘기면서 폭동은 오히려 확산됐다. 누구도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악화될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흑인 소요 사태는 퍼거슨을 중심으로 미국 주요 도시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배경엔 흑인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 흑인은 곧 잠재적 범죄자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경찰이 결국 과잉 대응을 하게 되고, 백인 위주의 배심원단은 흑인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안송희 기자

1200455@kunsan.ac.kr

 

*참고

「미국의 인종 차별이 폭동의 뇌관」,『데일리안』, 2014.11.26

「경찰차 불타고 150여발 총성 ‘전쟁터’… 뉴욕-시카고서도 시위」,『뉴스웨이』, 2014.11.26

「퍼거슨 소요 사태 `흑인 폭동`...방화·약탈에 건물 12채 전소」,『디지털타임스』,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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