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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꽃 큐레이터

문화의 ‘중개자’인 동시에 ‘발명가’

안송희 기자
- 5분 걸림 -

전시회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가 본 경험이 있는가. 높은 천정과 새하얀 벽, 은은한 조명아래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는 미술품들. 그 안에 들어서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어느 작가의 인생을 고스란히 만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미술관의 풍경이다. 그 중심엔 항상 미술관의 꽃으로 비유되는 ‘큐레이터’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아름답다'는 전시장 풍경만으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다. 전시회 한 편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큐레이터들이 쏟아 부었을 그 수많은 노고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말이다.

   
 
큐레이터(Curater)란 ‘관리자’에서 유래한 말이기 때문에 그것은 자료의 관리자, 다시 말해서 ‘미술관 자료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을 지칭한다. 큐레이터는 그 기능에 따라서 연구를 담당하는 직종, 교육 및 홍보를 담당하는 직종, 전시 관계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종 등으로 세분된다. 연구, 교육 실무 외에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도 있다.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박물관의 재정 확보나 홍모 업무를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방면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일을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다. 특히, 미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 미학과 비평 미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깊은 학문적 소양과 현장 경험이 요구된다.

큐레이터를 전공분야별로 세분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고고학 전공 큐레이터 △미술 전공 큐레이터 △민속학 전공 큐레이터 △인류학 전공 큐레이터 △건축 전공 큐레이터

이러한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미술사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미술사나 미학을 전공하는 편이 유리하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미술대학 또는 예술대학을 단과대학으로 설치하고 있으므로, 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는 문은 비교적 넓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에는 이와 관련된 예술대학이 있다.

둘째, 독창적인 전시회를 기획하기 위한 풍부한 아이템과 시대적인 감각을 길러야 한다. 비교적 뮤지엄(미술관+박물관)문화가 발달해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기타 외국에서는 이미 대학 학부에 큐레이터 전문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인기 높은 학문영역으로 확고히 위치를 다지고 있다.

셋째, 학예사 자격증을 얻는 것이 좋다. 문화관광부에서 2000년 2월 학예사 자격증 제도를 포함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개정하면서 학예사의 등급을 1급, 2급, 3급 정학예사, 준학예사로 나누고 각각의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2003년까지는 문화관광부에서 학예사 자격증 제도를 관리했고 2004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 업무를 위임받았다.

마지막으로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외국어 실력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미술사를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덜 수 있다. 고미술이나 근대미술은 전공서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 원서들로 구성되어 있고, 현대미술에서는 불어가 가능하다면 더 좋지만 적어도 영어만큼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큐레이터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20대 후반이 돼서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데 또래에 비해 사회적 대우는 약한 편이다. 또한 인맥 위주의 채용이 많은 데다 대부분 계약직이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하다. 하지만 늘 새로운 전시, 독창적인 전시를 기획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전시회란 한편의 작품을 위해 오랜 기간 기획에서 오프닝 까지 모든 총체적인 지휘를 하며 1년에 한 번 내지 두 번에 걸쳐 모든 노력의 집결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일반인들이 전시회를 보러 오면 그들과 같이 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큐레이터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면을 보면 큐레이터는 문화의 ‘중개자’이며 ‘발명가’이기도 하다.

안송희 기자

1200455@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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