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과 사태,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왜 억울함을 호소하나
2017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탄핵되고 언론과 여론은 부패나 비리에 대해 큰 반감을 갖게 됐다. 이번 탄핵은 자발적인 평화시위로 얻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정유라(최순실의 딸) 입학특혜로 촉발된 이화여대 사태는 이번 촛불시위의 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새학기를 맞은 예술대학 건물에 정유라 특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대자보와 A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부착됐다. 이 대자보는 SNS를 통하여 일파만파 퍼졌고 많은 학우들의 관심대상에 올랐다.
▲ 인문대학에 게시된 대자보 |
취재결과, 대자보는 예술대학 미술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작성했고 주된 내용으로는 A 교수를 비리교수라 칭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었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예술대학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자신들의 주장 세 가지를 밝혔다. 첫째로는 A 교수의 강의시간 미준수, 둘째는 특정 학생에 대한 성적특혜, 마지막으로는 학과 통·폐합에 대한 은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미술학과 비대위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
피켓시위 후 비대위는 미술학과 3명의 교수와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대자보에 명시된 A 교수에 대한 질문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비대위는 먼저 학과 통·폐합 정보 은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B 교수는 “확정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통·폐합에 대해 알려줄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비대위는 A 교수에게 잦은 휴강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있다며 억울함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주 9시간 강의를 지켰다. 수업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그리고 A 교수가 자신의 강의을 수강하라고 강요했다는 학생의 말에 A 교수는 “강요한 적 없다”며 “그저 폭 넓은 강의를 들어보라 조언했을 뿐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비대위는 “강요라고 느낀 학생이 있다. 또 자신의 수업을 들으면 높은 학점을 보장해준다고 했다”며 반박했지만 A 교수는 “절대 그런 적 없다”며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사실도 없고 4학년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강을 추천하긴 했다”고 해명했다.
▲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이번 간담회는 양측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마련됐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교수와 비대위 간 갈등은 지속됐고 SNS에서는 학우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학우들은 대자보에 적힌 사항들의 추상성을 비판했다. 실제로 대자보는 어떤 학생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어 객관성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일반 학우들은 대자보를 보고 공감하지 못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이와 더불어 대외적으론 군산대학교가 일명 ‘정유라 특혜보다 심한’ 비리교수 의혹으로 이슈가 됐다. 포털 검색엔진에 우리 대학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군산대학교 미술학과’가 뜨고 여러 신문사가 작성한 관련기사도 보인다. 이에 대외적으로 실추된 우리 대학의 이미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 검색 엔진에 '군산대'를 검색하면 뜨는 기사들 |
그리고 지난 17일, 비대위는 페이스북 ‘K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를 통해 “학과 내 회의를 통해 교수와 학생 간 합의점을 찾았고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학우들은 “논란만 일으키고 제대로 된 해명은 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실제 비대위의 글에선 대자보에 명시했던 불만사항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그렇다면 비대위가 주장했던 사항 중 학과 통·폐합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대두된 것일까?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비대위 출범식에서 학생들은 “학과 통폐합이 학생들 모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교무처의 의견은 달랐다. 교무처는 “미술학과 통·폐합은 사실이 아니며 계획조차 없다”고 밝혔고, 기자가 묻기 이전에 미술학과 학생들이 연락했을 때도 똑같이 답변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즉, 미술학과의 통·폐합은 애초에 진행되지도, 그럴 계획도 없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특정 학생에 대한 학점 특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봤다.
전북일보 기사에서 이에 대한 오해과정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B학점의 점수에 대해 최하 81점에서 최대 89점까지 줄 수 있는데 A 교수는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해 동일학점 내 87점을 준 것을 학점 특혜로 오해한 것 같다”며 이를 해명했다.
또 강의시간 미준수에 대해선 “교수의 책무로 주 9시간(대학원 3시간, 학부 6시간)수업은 정확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대위가 주장했던 A 교수의 비리 및 근무태만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각 대학기관에 퍼진 대자보로 시작된 이번 미술학과 사태는 결국 비대위 학생들의 오해와 섣부른 판단이 부른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단지 해프닝으로 일단락하기엔 이미 큰 이슈가 돼버렸고 우리 대학의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대학의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의혹의 중심이었던 A 교수는 작년 12월, 대한민국 미술인상 공로상을 수상 받을 정도로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실명이 거론된 채 비리교수로 몰렸던 A 교수에게 이 사건은 단순 학과 내 갈등으로 결론짓기엔 억울할 수 있다. 의혹이 완전히 풀리기까지 명예훼손은 자연스레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합의점을 찾았다는 글을 게시한 이후에도 교내 몇몇 건물에는 계속 대자보가 부착돼있다. 대자보만으로 이 사건을 접한 학우들은 A 교수에 대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명예훼손은 진행될 것이다.
이렇듯 이번 사건은 우리 대학의 대내·외적으로 타격이 있었다. 하지만 원인제공을 했던 비대위가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타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제대로 된 해명 및 사과문이 없음으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한 유언비어가 확산될 위험도 존재한다.
미술학과의 일원으로써 알 권리를 주장했던 비대위는 권리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를 알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학우들을 위해 또, 미술학과를 위해 비대위가 그에 걸맞은 성숙한 행동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이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