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몇 번 지나가더니 이제는 겨울옷이 어색하지 않게 날씨도 차가워졌습니다.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여러분의 학사력은 이미 2012년을 끝맺고 동계방학의 시작을 알리고 있을 것입니다. 즐거운 기분으로 동계방학과 2013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차분하지만 알찬 준비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많은 이들이 쓸 때 혼동을 일으키는 ‘며칠’과 ‘몇 일’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 ‘몇 일’
“오늘이 며칠이지? / 오늘이 몇 일이지?”
“며칠/몇 일을 쉬었더니 오늘이 며칠/몇 일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위의 두 문장에서 ‘며칠’과 ‘몇 일’ 중 맞는 표현은 어느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몇 일’이 맞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나 맞는 표현은 모두 ‘며칠’입니다. 왜 ‘몇 일’은 맞는 표현이 아닐까요? ‘몇 일’과 비교하기 위해서 ‘몇 년’과 ‘몇 월’을 생각해 봅시다. 이 두 단어의 발음이 어떻게 되지요? ‘몇 년’과 ‘몇 월’은 각각 발음이 [멷년](음절말 중화) → [면년](자음동화, 비음화), [멷월](음절말 중화) → [며둴](연음법칙)로 됩니다.
그렇다면 ‘며칠’의 발음은 어떤가요? 발음도 [며칠]이라고 하지요. 만약 ‘몇 월’이나 ‘몇 년’에서의 발음이 적용된다면 [며칠]이라는 발음이 나올 수 있을까요? ‘몇 일’도 ‘몇 월’과 같은 발음 규칙을 적용받게 됩니다. 우선 ‘월’과 마찬가지로 ‘일’도 실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실질형태소이기 때문에 절음법칙이 적용되어 [멷일](음절말 중화)로 되고 그 다음에 연음법칙이 적용되어 [며딜]로 발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에 누가 [며딜]이라는 발음을 할까요?
이제 답은 자명해졌습니다. 발음을 [며칠]이라고 하는 이상 ‘몇 일’은 맞는 표기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며칠’이 바른 표현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두 번째 문장에서 처음 나온 ‘며칠’과 두 번째 나온 ‘며칠’의 뜻이 같다고 생각하세요,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표기가 같으니 뜻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할 학생들도 있겠지만 각각은 다른 뜻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의 ‘며칠’은 ‘몇 날’의 의미이고 두 번째의 ‘며칠’은 ‘그 달의 몇째 되는 날’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며칠’이라는 단어는 이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두 번째 문장의 ‘며칠’이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며칠’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었겠지요?
‘엊그제’ / ‘엇그제’
“엇그제 선생님이 내 준 숙제 기억나니?”
“엊그제는 무척 추웠어.”
최근에는 학생들이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통신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서 그런지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알고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맞춤법을 몰라서 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삼 일 전’을 뜻하는 ‘엊그제’도 많이 틀리는 경우 중의 하나인데 이 말을 발음 되는대로 ‘엇그제’라고 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딧말을 안다면 틀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원래 ‘어제 그저께’에서 온 말입니다. 이 말중 ‘어제’가 ‘엊’으로 줄었고 이것이 ‘그저께’와 합쳐져 ‘엊그저께’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다시 줄어서 ‘엊그제’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엊그제’가 맞는 표현인 것입니다. 예로 든 두 문장에서도 모두 ‘엊그제’라고 써야 맞는 표현이 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도록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며칠’과 ‘몇 일’, ‘엊그제’와 ‘엇그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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