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내 글을 쓰는 일의 달콤함

- 5분 걸림 -

   
 
90년대 초 대학을 다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글을 쓰는 방 식을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거의 없다. 글이란 자고로 ‘내 생각을 쓰는 일’이라는 너무도 빤한 진리를 깨닫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교양 필수 과목으로 들었던 <대학국어>는 고등학교 국어 수업의 연장이었고 <대학작문>은 맞춤법 정도를 익히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는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닌지 혹은 문재를 타고난 사람만이 글 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학생들의 열망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에 변한 것이 있다면 글쓰기를 교육하는 방식이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야말로 분명 행복한 변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자리를 빌려 글쓰기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글을 못 쓰는 사람이란 없다. 생각이 없을 뿐, 노력하지 않아서이지 개인의 문재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 노력이란 ‘고민’의 다른 이름이다. 고민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절대 기대할 수 없다. 맞춤법에 취약하다거나 문장이 좋지 않다고 해서 글쓰기를 주저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고민 속에서 나온 참신한 아이디어를 쓰는 일에 맞춤법이나 문장이 장애물이 될 수는 없는 일.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생각을 개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문장은 차후에 수정해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 생각을 개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스레 문장 또한 고민하고 있는 자신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대개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글이 고민’이라면 고민하는 데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연하자면 글은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써야만 하는 ‘그 무엇’이 결코 아니다. 걸어다니면서 고민하고 버스나 열차로 통학을 하면서도 고민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때론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함께 고민하며 만드는 추억의 일부이다. 그렇게 고민한 내용들을 그때그때 메모로 남겨 둔다면 그 기록들이, 생각의 단편들이 멋진 글(리포트)을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술자리는 강의의 연장으로써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어야 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던 토론 속에서 자연스레 막혔던 글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발로 뛰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쓰는 것이 글이기는 하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생각이 단순히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개념이 되고 원리가 되는 과정에는 법칙이 있다. 한 편에는 ‘내 생각의 날개’를 달아야 하지만 다른 한 편에는 ‘타인의 노력’이라는 또 다른 날개를 장착할 때만이 실현가능하다. 그때가 되어야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이나 연구 그리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현실화된다. 그리고, 이 모두는 ‘지금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서는 요원한 일이기만 한 진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게 진정 내 글’이라는, 쓰는 일의 달콤함을 경험해 본다면 비로소 대학생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4년이 짧게 느껴지리라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