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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곳은 장소(Place)인가? 공간(Space)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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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록밴드 Coldplay의 “In my place”라는 노래 가사 중 “나의 장소(Place)에는 변화시킬 수 없는 선들이 있어, 나는 길을 잃었어.....”라는 구절이 있다.
장소(Place)와 공간(Space)은 환경심리학 측면에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공간이 3차원적인 단순한 물리적 영역으로 정의되는 추상적 개념인 반면, 장소는 맥락(Context), 즉 인간의 경험과 시간, 문화와 가치관 등을 포함하면서 형성되는 구체적 개념이다. 위 노래의 주인공이 왜 길을 잃었는지는 자세한 가사를 참조하도록 하고 어쨌든 내 주변의 모든 맥락을 포함하고 있는 “나의 장소”에서 길을 잃었으니 정신적으로 소위 엄청난 멘붕 상태에 놓여있으리라 생각된다.  

각설하고 인간은 3차원적인 공간에 머물면서 체험하고, 환경에 대한 본인만의 인식인 장소성(Sense of Place)을 갖게 되며,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이미지화된 기억으로 장소를 만들어 나간다. 예를 들면, 똑같이 경험한 시골집에 대해 형제들은 각기 다른 장소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맏이는 시골집을 “햇빛이 잘 드는 큰 마당과 소, 닭, 돼지들, 텃밭의 채소가 있었던 풍요로운 장소”로 기억하는 반면, 둘째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푸세식 화장실이 있고 쥐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던 장소”로, 막내는 “안방에 커다란 병풍이 쳐있던 공포의 장소”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소성은 비단 집에만 제한되는 말은 아니다. 똑같은 뒷산을 오르면서도 어떤 이는 “산을 왜 올라, 산은 바라만 보는 거야. 도대체 얼마나 남은거야. 왜 가도 가도 끝이 없어”라고 외친다면 그에게 뒷산은 의미 없는 공간일 뿐이고, “이 산은 산나물이 아주 많아. 이맘때 난 항상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한가득 담아가곤 해”라고 한다면 그에게 뒷산은 채집의 장소, “이 산은 계절마다 나뭇잎과 바위의 형태와 색깔이 오묘하게 어울려서 악상을 떠올리는데 좋은 영감을 줘”라고 한다면 이 산은 아이디어 제공 장소인 것이다.

여기서 질문, 여러분에게 군산은 어떤 장소인가? 최소 4년 이상 몸담고 있는 군산대학교가 위치한 군산이라는 도시가 여러분에게 어떤 장소로 경험되고 자리 잡고 있는가? 생애 최고의 단팥빵과 짬뽕 맛을 경험한 곳인지, 은파호수에 놀러갔다가 심한 바람으로 아끼던 모자가 날아가 버린 애증의 장소인지, 가을날 우연히 들른 OO칼국수 집 창밖으로 산수화를 보는 듯 한 풍경을 경험한 곳인지, 혹은 아무것도 경험한 것이 없어 채울 것이 없는 단순 공간 상태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하루 동안 군산의 근대화 거리를 둘러봤다는 어떤 관광객은 군산이 일제 강점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듯 해 섬뜩했다는 말을 한다. 4년 이상 군산에 있는(있게 될)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면 돼”라고 내가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질문들이 10년 넘게 군산에 거주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장소성은 나의 과거(기억), 현재(체험), 미래(바람)를 반영하는 자아이기에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에 대한 논리적인 인식이 없다면 내 삶의 한 부분이 뻥 뚫린 빈 공간으로 남겨지고, 이는 연속적으로 미래 나의 장소에 영향을 주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을 천천히 인식해보고 나의 장소(my place)를 경험하면서 인생의 한 부분을 의미 있게 채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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