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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해요, 음악이 인디밴드의 무기입니다”

슬픈 현실도, 삶의 기쁨도 한 자락의 노래, 두리반 인디밴드축제

박송이 기자
- 7분 걸림 -

커피와 사랑에라도 빠졌는지 연신 ‘아메리카노 좋아!’를 외치며 활약하고 있는 10cm를 비롯해 인디밴드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음악적 편견을 깨고 당당히 그들만의 색이 묻어나는 ‘음’을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디밴드. 그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음악을 넘어 문화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인디밴드는 인디신이라고 통칭되며 비주류의 독립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노래가 좋아 모인 사람들,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노래를 추구하는 그들의 성향답게 인디밴드의 노래는 참 특이한 곡이 많다. 이러한 점이 부각돼 일각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노래에 지쳐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오아시스라는 칭송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디밴드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하기 그지없다.
지금부터 인디밴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두리반에게 새로운 생계터전을!”, “지금 이대로의 걷고 싶은 거리를!”, “우리에게 더 많은 언더그라운드를!”
지난달 30일, 홍익대 주변에 위치한 두리반에서 인디밴드의 축제가 열렸다. 일명, ‘두리반 뉴타운컬쳐파티 51+’.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쪽을 향해 걷다보니 멀리서부터 날카로운 선율의 비명이 고막을 자극한다. 어렵지 않게 도착한 공연장은 화려한 조명과 잘 설비된 시설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허름하고 협소한 건물 한 채와 빈 공터가 전부였다.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밴드의 모습이 건물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고 그들의 음악은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인디밴드들에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고 우비를 입고 혹은 우비도 없는 상태에서 비를 맞으며 한 점 미련도 남기 수 없다는 듯이 외치고 또 울부짖었다.
“두리반에게 새로운 생계터전을!”, “지금 이대로의 걷고 싶은 거리를!”, “우리에게 더 많은 언더그라운드를!”이라는 표제를 가지고 열린 이번 축제는 사실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자본의 논리를 내세우며 홍대 주변에 불어 닥친 무차별적 재개발 바람으로 두리반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비롯한 이 지역의 거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밀려나게 됐다. 그나마 존재하던 인디밴드의 언더그라운드도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작은 음악회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것이 일 년 전의 공연이었다. 올해 다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던 한 인디밴드의 말처럼 현재에도 두리반의 존폐여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인디밴드의 삶 또한, 두리반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들은 다시 한번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인디밴드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두리반의 하루는 가슴으로 노래하고 모든 것을 내비치는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디밴드에게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와 낮선 가사, 볼품없어 보이는 무대와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소리가 마음으로 전하는 이야기였으며, 새로움을 향한 하나의 시도였다는 것을 알기에 그 음들이 일류 뮤지션에 비견해도 손색없는 것이었다고 자부한다.
가난한 음악가의 삶이 뭐가 좋아서 그렇게 노래하느냐고 나무라는 사람들의 지적 속에서도 노래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알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외칠 용기를 지닌 인디밴드. 오늘밤, 그들의 목소리가 어떠한 노래보다 아름답게 다가온다. 2012년에도 인디밴드의 반란이, 두리반의 작은 음악회가 지속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늘은 잠시 공중파의 화려한 모습을 잊고 인디밴드의 소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진심으로 권한다.

기자가 추천하는 인디음악 best 3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인디밴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하다고 생각되는 곡이다. 경쾌한 멜로디에 차분하면서도 독특한 보이스가 어우러져 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가사는 자신에게 바라지 말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고백처럼 다가온다. 이유 없이 마음이 설레는 날 들어보면 어떨까.
유니크쉐도우의 오늘 빨래 맑음
동화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가사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곡이다. 곡 중간 중간에 포함된 효과음과 버퍼링 되는 듯 반복되는 부분이 아쉽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듣고 있으면, 목소리에 취해 감미로운 꿈에 빠진 착각이 들어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국카스텐의 비트리올
악기의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국가스텐의 매력이 담뿍 담긴 음악이다. 악기들의 선율이 보컬의 고음과 조화를 이루며, 흐느끼는 듯하다가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소리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박송이 기자

90dlfk100@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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