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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생각나는 그 이야기

눈의 꽃 되어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해

김태경 기자
- 9분 걸림 -

날씨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처음이라는 설렘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올해 말에 찾아온 겨울에도 첫눈이 내렸다. ‘눈’이라는 기상현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뿐만이 아니다. 겨울의 낭만, 겨울놀이의 추억과 같이 겨울과 눈에 얽힌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눈의 성격을 쏙 닮은 우리 말 눈 이름
영어 단어로는 'snow' 하나로 표현되는 것이 우리말을 만나면 그 수가 50개 이상으로 훨씬 깊고 풍부해진다. 특히, 눈이 내리는 모양을 가지고 지어진 예쁜 우리말 이름이 눈의 성격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싸라기눈’은 빗방울이 갑자기 찬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눈으로, ‘싸락눈’이라고도 한다. 이는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에서 형성되는 백색의 불투명한 얼음알갱이로, 그 모양이 쌀알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날씨가 추우면 그대로 눈이 내리지만 날씨가 덜 추우면 내려오는 도중에 녹게 되는데 이때, 눈이 녹아서 비와 섞여 내리는 것이 ‘진눈깨비’이다.

   
 
‘함박눈’은 다수의 눈 결정이 서로 사이좋게 달라붙어서 눈송이를 형성하여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말한다. 다른 눈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영하 15도 정도의 공기에서 형성돼 눈에 습기가 많고 육각형 모양의 결정을 가진다. ‘포슬눈’은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이다. 조금씩 흩날리듯이 ‘푸설푸설’ 날리는 눈발이 희끗희끗 겨울 풍경을 스케치할 것이다. 눈에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뜻을 가진 접두사 ‘풋’이 더해지면 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리는 ‘풋눈’이 그려진다. 처음 내린 쌓인 상태 그대로 아무도 밟지 않아 깨끗한 눈에게도 이름이 있다. 이름 아침, ‘숫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기기 아까울 만큼  순수한 눈이 마음 한 편에 소복이 쌓인다. 

자연의 수수께끼, 눈의 진짜 얼굴
눈이 성장할 때 구름의 기온, 수증기량의 정도에 따라 눈 결정의 모양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그 모양은 바늘, 모기둥, 각판 등의 단순한 형태의 것도 있지만, 나뭇가지 모양, 육각 모양, 별 모양 등 복잡한 형태의 것도 많이 있다.

   
 눈 결정 - NAVER 지식백과
똑같은 모양 없이 저마다 고유한 모양을 간직하고 있어, 가히 신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정교한 기술로 세공한 다이아몬드 보다 더 희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수증기가 얼음 결정에 붙으면서 만들어진 결정의 모양이 이처럼 다양한 형태를 자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수수께끼가 아닐까.

속담에 담겨 있는 겨울 농사의 지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추우면 보리가 흉년이 든다”, “눈 많이 오는 해에는 풍년이 든다”. 이와 같은 속담에서는 공통적으로 ‘눈’을 통해 한 해 농사를 내다보고 있다. 예로부터 농사일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겨울에 눈과 같은 기후 현상과 날씨를 보고 다음해의 농사를 예측했던 것이다. 여름에는 비가, 겨울에는 눈이 논과 밭에 수분을 보충해주는데, 그 양이 부족하거나 과하게 되면 땅에 영양이 알맞지 않아 다음 해의 농사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농사를 잘 돌보기 위해서 ‘눈’과 같은 기후 현상에 주목한 것이며, 그 이야기가 속담에 담겨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편, 눈과 기온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속담도 있다. 겨울 눈발이 잘면 날씨가 춥고, 반대로 눈발이 크면 따뜻한 현상이 “눈발이 잘면 춥다”라는 속담을 통해 정리된 것이다. 이는 상층대기의 온도 분포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는 눈의 성질을 반영한 것이며, 온도가 낮을 때에 가루눈이 내리고, 높을 때에 함박눈이 내리는 현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눈만 있으면 모든 곳이 놀이터
팽이치기, 썰매, 연날리기 등 겨울철에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놀이는 팽이, 썰매, 연이 있어야 즐길 수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별다른 준비물 없이 하늘에서 눈만 내리면 되는 놀이도 있다.
뭉친 눈을 서로 던져 상대편을 맞히는 놀이, 즉 ‘눈싸움’이다. 가루눈을 뭉치면 너무 쉽게 부서지고, 수분이 과도한 눈을 뭉치면 이내 돌처럼 딱딱해져 친구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좀 더 얌전한 눈 놀이를 하고 싶다면 눈에 눈을 입히고 굴려 쌓아보자. 그렇게 탄생한 한겨울에 밀짚모자를 쓴 꼬마 눈사람은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놀이친구가 된다.

   
 
북한에서는 눈싸움과 눈사람, 이 두 가지 놀이를 하나로 만들었다. 북한 학생들의 겨울철 운동 경기의 하나 ‘눈사람 맞히기’는 눈덩이로 눈사람의 머리를 먼저 떨어뜨려 승부를 겨루는 경기로, 양 팀은 30미터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한다.

눈이 선물해 준 꽃, 겨울을 노래하라
포털 사이트에 ‘눈’과 관련된 노래를 검색만 해도 천 여곡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 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솜을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 이렇게 목청 높여 눈을 노래하다 보면 아이들의 동심은 새하얀 눈을 닮아 더욱 맑고 깨끗해지는 모양이다.
눈이 내린다는 이유만으로 더욱 특별해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많다. 그 덕분에 굳이 12월 25일이 아니더라도 눈이 내리는 계절에는 날마다 축복으로 가득하다. 특히,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 가요는 겨울철 많은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녹이는데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이처럼 ‘눈’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매우 많은데, 그 중 가수 박효신의 감성 발라드 ‘눈의 꽃’은 여러 설문조사에서 ‘겨울 노래’중 1위를 차지하며, 10년 가까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유의 애절하고 감성적인 목소리에 겨울의 분위기를 가득 담은 서정적인 가사가 더해져 따뜻한 겨울 노래가 탄생한 것이다. “끝없이 내리며 우릴 감싸온 거리 가득한 눈꽃 속에서 그대와 내 가슴에 조금씩 작은 추억을 그리네요” 노래를 통해 영원히 우리 곁에서 선물같은 겨울 눈의 꽃을 그릴 것이다.

찬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촉촉해진 감성을 깨우는 ‘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과학책을 읽고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으로 눈을 이해하는 것은 이제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다. 눈 오는 겨울날, 새하얀 눈과 오롯이 마주하고 싶다.


김태경 기자
thankstk1202@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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