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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 무엇이 논란인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비합리적인 모든 형태의 차별이 금지돼

안송희 기자
- 6분 걸림 -

지난 2월, 정부가 헌법상의 평등권 실현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UN 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정책협의회는 지난해 12월 회의를 열어 UN이 권고한 70개 사항 가운데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보장’, ‘아동 성폭력 예방대책 마련과 처벌 강화’ 등 42개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性), 장애, 나이, 국가, 인종, 피부색, 언어, 임신·출산,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으로 인해 이뤄지는 비합리적인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서 법안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김한길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난해 정부가 세운 5년 단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논란이 되는 최대 이유는 조항 중에 ‘성적 지향 및 성별정체성(동성애)’과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대목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측은 그동안 사회적 소수(미혼모, 동성애자, 종교적 취향에 따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였고, 이번 법안 발의를 통해 인권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반대하는 측은 법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학교 수업 시간에 ‘정상적인 성적 취향’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과 이와 관련해 기독교계의 “성경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올바른 법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다. 설교의 자유가 침해받고, 동성애와 동성혼이 합법화되며, 이단 사이비종교의 합법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기독교계는 자칫 이 법안이 통과되면 헌법 제19조에 보장된 종교, 목사의 설교 자유마저 침해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고, 또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민형사상 책임도 감수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나 성별, 학력, 출신국가 등으로 차별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그러나 정부는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대체복무제 도입 등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과 법 감정 등을 고려해 검토할 계획’,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을 위해 필요’,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미형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권고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반대단체들은 “성적지향,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과 종교 사상에 대한 차별금지조항이 동성애와 동성혼를 합법화하거나 이단 사이비 등에 대한 비판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법안들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달 9일 만료됐고, 당시를 기준으로 접수된 약 9만 건의 의견 중 90%가 반대 의견이었다. 결국 지난달 12일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와 국가조찬기도회 등 교계단체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반대활동에 돌입한 지 약 한 달만에 법안이 철회된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재추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권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고, 철회한 두 의원도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위한 당내 논의기구 마련 등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지난해 10월 UN 인권이사회가 한국정부에 72가지 항목의 인권개선을 요구한 것을 반영해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편, 한국교계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대책회의를 갖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논의할 것이다.

앞으로 추진될 차별금지법은 이번에 논란이 된 내용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된다. 입법화 초기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오용될 조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안송희 기자

1200455@kunsn.ac.kr

*참고

「정부,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 검토」, 『헤럴드생생뉴스』, 2013.02.05

「포괄적 차별금지법 무엇이고 왜 논란인가? / 성별 정체성(동성애)·종교·사상·정치적 의견 차별 금지」, 『호남 타임즈』, 2013.04.22

「포괄적 차별금지법 철회」, 『C채널뉴스』,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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