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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동안 하늘을 날다 날개 끝으로 내려다 본 모스크바는 차량의 기다란 불빛들로 황금빛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고, 문학과 예술을 품은 거대 도시는 잿빛 속에 궁전처럼 잠겨 있었다.
1147년에 돌가루끼가 만든 모스크바, 붉은 광장과 크레믈린궁, 성바실리 성당, 모스크바의 정신적 메카인 세르게이 파사드, 고전을 지닌 블라디미르-수즈달, 새롭게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만든 도시 쌍트 빼쩨르부루크..눈뿌린 듯 하얀 자작나무 행렬을 따라 부르면 달려 올 것 같은 그리운 님 같이 빛나는 신비한 황금고리가 있는 나라 러시아는 문학의 모국이자 눈부신 별빛 같은 혁명가들의 열정이 있는 곳이다.
전설 같은 러시아의 별들이 가슴 가득이 있는 곳에서 쑈냐가 부르는 애절한 사랑 노래 love를 들으며 여행자가 되어 모스크바의 어느 후미진 식당에서 술의 지존 보드카를 한잔 마시며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파스체르나크, 푸쉬킨, 마야코프스키, 안톤 체홉, 예세닌..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대문호들과 챠이콥스키, 림스키코르샤코프, 호스타코비치, 그리고 연인 같은 라흐마니노프와 로맹가리가 사랑한 여자 레슬리도 만나고 싶었다. 시베리아의 눈부신 경치를 구리침대, 서재, 욕조, 그랜드 피아노가 갖춰진 궁궐처럼 묘사하고 싶었고, 그들이 부르는 절망의 노래 <밀로세르드나야> 역시 들으며, 푸쉬킨을 친구로 상상하며 절대적인 삶을 노래하고, 이사도라 던컨과 세기의 사랑을 나눈 예세닌의 시를 노래로 만든 곡들을 부르며, ‘밤마다 눈을 감고 달아나기 놀이 하기’를 하고 싶었다.
18세기 이반뇌제 때 독일의 영향으로 음악과 문화의 한 장르를 완성하고, 잠재된 의식 속에 문학이 움트고 예술이 튕겨 오르는 듯한 도시 쌍트 빼쩨르부르크에는 여름 분수 공원, 바울베드로 성당, 피의 사원, 카잔성당, 레닌필, 볼쇼이 발레단, 미술관, 그리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미워하거나 노여워 하지 마라’고 말한 시인 푸쉬킨이 바라보고 있는 예술광장이 있다. 그 광장 앞 모퉁이에서 흘러나오는 러시아 음악에 젖다가 음유시인의 마음으로 구입한 CD도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찬란했다. 스쳐가는 길가에 화가들과 연주자들, 화려한 무희들의 흐름들, 아름다운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들, 자유로운 젊음의 물결들이 초록 숲으로 귀환하는 새들의 행렬 같았다.
연금술사가 만든 순금빛과 울트라마린블루빛으로 장식한 세르게이 파사드에는 넓고 푸른 하늘 아래 러시아 정교회의 성화들을 향한 바람으로 찬란하게 서 있었지만 낡은 도시에 그보다 더 낡은 언덕에 피어난 꽃이 제 살을 깎아 내리며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많은 격동기를 겪었던 러시아.. 꿈꾸는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혁명이라 보았지만 유럽, 북미의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점을 보았던 카잔차키스, 과학의 진보와 산업발전 속에 물들어 있는 문명이란 것이 모두가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점을 지적했던 톨스토이, 그리고 유럽이란 하나의 묘지(힘 있는 영혼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영혼이 없는 껍데기들), 실리적이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식료품상>들만 가득한 곳으로 보고 러시아를 부활의 첫울음이 터져 나올 곳으로 생각했던 도스토예프스스키처럼 미래의 행복한 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정적인 중세기의 사랑의 노래 로만체처럼 러시아는 차가운 시베리아의 눈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고통을 통해 더욱 더 높은 꿈을 꾸고 있는 나라, 인간의 이성을 지극히 존중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히 하는 나라가 되었다. 아름다운 러시아를 뒤로 하고 비행기 트랩에 오르는 나를 지탱해주는 사랑스럽고 온화한 공기가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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