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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대학생들에게 진짜 '스승'을 찾아서

교수이기만 하면 스승이던 시절은 지났다… 학생들이 말하는 ‘스승’의 새로운 얼굴들

조현아 기자
- 4분 걸림 -
▲ ChatGPT, OpenAI 제공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교마다 감사의 꽃과 메시지가 오간다. 하지만 ‘스승’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교수만을 의미할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스승의 의미는 더 이상 단일하지 않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서,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깊은 영향을 주는 존재로서의 스승.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진정한 스승은 과연 누구일까?

전통적으로 교수는 대학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승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교육이 점점 분업화되고, 강의 중심의 일 방향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학생들이 교수에게서 스승의 의미를 느끼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교수와 학생 간의 교감 부족, 인간적인 접촉의 제한, 과중한 행정 업무로 인한 거리감 등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깊이 있는 조언과 진심 어린 관심으로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수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교수이기만 하면 스승’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스승을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관계’와 ‘영향력’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스승의 의미를 교정 밖으로 확장하고 있다. 부모, 책, 예술작품, 유튜브 속 콘텐츠, 일상의 인물들까지도 스승으로 여겨진다. 이는 정보 접근성과 경험의 폭이 넓어진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정 책 한 권, 한 편의 영화, 반복해서 보는 영상 속 한 장면이 진로와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스승을 ‘지식을 주는 사람’이 아닌, ‘영향을 주는 존재’로 재정의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특정 인물의 삶의 태도, 말투, 실패와 극복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삶의 질문에 실마리를 얻는다. 학생들에게 스승으로 기억되는 존재들의 공통점은 지식보다 ‘진심’이다. 말의 깊이보다 마음의 진정성, 정답보다 함께 고민하려는 태도가 더 큰 울림을 준다. 이들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이거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일 필요도 없다. 가끔은 스쳐 지나간 인연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말하는 스승은, 교과서 속 인물도, 명망 있는 교수도 아닐 수 있다. 대신 그들은 일상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다. 이름 모를 작가, 삶을 기록하는 창작자, 묵묵히 곁에 있어 준 가족, 때로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단지 교수님께 카네이션을 드리는 날만은 아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준 모든 ‘스승’들을 떠올리는 날이다. 교실의 강단을 벗어난 곳에서 만난 새로운 스승들.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이날의 의미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스승은 더 이상 특정한 자리에 있는 이들이 아니다. 삶을 가르치고, 마음을 일깨우는 모든 존재가 오늘날 우리에게 ‘스승’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스승은, 우리 곁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미 말을 건네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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