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되풀이 되선 안된다.
1993년 29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의 붕괴, 501명이 매몰되어 숨진 삼풍백화점의 참극으로 우리나라는 너무도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 4월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그 비극성에서 가장 처참한 사고로 기록될 세월호 침몰 참사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세월호 침몰사고로 우리는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신뢰마저 무너져버린 또 하나의 슬픈 현실에 직면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해줄 수 없는 대한민국은 정녕 국민의 나라인가.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라는 수식어가 초라할 뿐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 1996,Free Press)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가 클수록 사회적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사회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져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신뢰가 낮은 국가로 분류되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의 국가안전시스템과 국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는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은 재난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안전시스템을 엄격히 통제하는 관리감독 기능과 사태발생시 인명희생을 최소화하는 대응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함은 물론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되었어야 옳다. 소위 위험관리이론이 제시하고 있는 재난의 체계적 예방 시스템과 희생의 최소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만시지탄의 회한 속에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국가개조론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참사에서 확인된 국가의 총체적 부실과 무능을 바로잡기 위해 개혁이 아닌 개조 수준으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이다. 국가개조의 첫 번째 덕목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해줄 국가안전시스템의 확보와 국민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다. 현 정부는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복한 사회를 약속하면서 출범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민간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된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국민안전보장시스템을 구축하여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성장지상주의와 형식적 결과우선주의 속에 매몰된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이 나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잿더미가 된 이 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지속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국민의 신뢰가 반드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국가의 표징인 스마트폰, 그 부끄러운 손바닥 안의 세상 속에 남겨진 우리 아이들의 한 문장이 눈물 속에 젖는다. “엄마, 내가 말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해.” 이 비정한 나라에서 더 이상의 처참한 비극의 행렬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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