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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구제역 가축, 휘청거리는 축산업

살(殺)처분 가축 규모 3백만 마리 돌파, 심각한 수준

김선주 선임기자
- 7분 걸림 -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시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해 현재는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구제역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바람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할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가축전염병이다. 때문에 초동 방역에 구멍이 뚫리게 되면 전국으로 번져 국가 축산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구제역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초기 단계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나 구제역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됐을 때 중요한 백신접종을 미루는 등 방역 대책이 허술했다. 결국 공식 발생 확인까지 1주일간의 '방역 공백'이 생겨 그 사이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근 시·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또한 전국 곳곳에 구제역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통행차량에 대한 방역을 실시했으나 유난히 추웠던 날씨로 인해 효과는 미미했다.
언론의 잇따른 지적을 받고서야 조치에 나선 것이 밝혀지면서 정부는 국민들과 언론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한 언론은 “2003년 농림수산식품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구제역 백서』를 발간해 대응책을 마련해놓고도 8년 동안이나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백서에 담긴 구제역의 유입 경위, 방역 평가 및 재발 방지 대책대로 예방을 했다면 이렇듯 대재앙 수준으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구제역은 점차 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한 지 4개월째인 현재 총 3백 만 마리가 넘는 규모의 가축이 살(殺)처분됐다.
매몰 지역의 상태는 심각했다. 한 매몰지를 방문한 기자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축의 시체가 땅 위에 굴러다니며, 다른 동물들의 먹이로 전락되고 있었다”고 매몰지의 상태를 생생히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몰 지역의 부실한 차수막과 옹벽, 배수로 등을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온이 오르면 침출수에 병원성 세균이 급격히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침출수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면서 인명피해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또한, “침출수 오염이 심각할 경우엔 전자빔 기술을 이용해 병원성 미생물과 유해물질을 동시에 분해하는 방법과 동물 사체를 빠르게 분해하는 미생물을 매몰지 안에 투입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한편, 매몰 시 허술한 사후관리로 인해 2차 환경오염과 주민 불편이 극대화되는 것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2차 환경오염은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가 발생해 주변 하천이 오염되는 것을 말한다. 봄이 다가오면서 해빙기를 앞두고 있어 침출수가 대량으로 방출돼 강이나 지하수로 섞여 흘러 들어가 2차적으로 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 박재광 교수는 “생석회층을 설치해 침출수의 산성도가 9~10 미만일 경우 생석회를 주입해 구제역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구제역의 대처방안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앞으로 지금과 같이 대재앙으로 퍼지지 않도록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염기서열에 대한 정밀조사를 의뢰해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과 대처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2001년 2월 영국에서도 9개월 동안 6백만 마리가 넘는 소, 돼지, 양이 살(殺)처분되면서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어 축산업이 붕괴 위기로 내몰린 바 있다.
최악의 구제역 강풍에 휩싸였던 영국 정부는 구제역 이후 농림, 식품, 환경, 보건 등 유관 부처들이 사후 점검을 강화하며 2차 피해를 방지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하수나 상수원 오염 우려가 있는 일부 지역의 동물 사체는 수거됐으며, 매몰 작업에 동원됐던 사람들의 건강 검진까지 이뤄졌다. 작업에 동원된 6명의 인부가 사망한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상이한 대처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각 부처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殺)처분 방법과 매몰지 선정 관련 기준 보완 및 상황 통보 시스템을 갖춰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약 4개월.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 뒤 최근 발생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북한에서 구제역으로 인해 1만 1천 5백여 마리의 가축이 살(殺)처분 된 것이 보도되면서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때문에 구제역을 대재앙으로 키운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하면서, 경기도에서 개발한 활성탄주머니와 같은 2차 오염 방지를 위한 물품 설치나 사후 점검 강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면 타 국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치료법이 없는 구제역 대처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김선주 기자

sophiaword@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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