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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문

제33회 황룡학술문학상 문학부문 당선(소설)

- 3분 걸림 -

   
 
식탐이 강한 편이라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나는 곧장 정신을 잃어버린다. 특히 케이크나 단 음료를 좋아하는 편이라 카페에 자주 가곤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지난달에는 거의 매일을 카페에서 살았다. 어느 때는 직원과 함께 출근해 문 닫을 때까지 열 두 시간도 넘게 붙어있었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뭔가를 해본 것은 먹을 때 빼고 처음이었다. 첫 번째로 겪은 신춘의 계절이었다. 탈고를 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배앓이가 시작됐다. 급성위염으로 수업도 빼먹고 한동안 누워 지냈다. 마침 병원을 다녀오는 중에 교수님을 만나 사정을 설명했다. 교수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 그렇게 999번을 더 앓아야 네가 빛을 볼 날이 올 텐데 어쩌니. 허허거리던 그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겨우 한 번이라는 것을 안다. 남은 길이 까마득해서 목적지는 보이지도 않지만 걸어갈 수밖에 없다. 매번 쓸 때마다 힘들고 우울하지만 그래서 좋다. 이만큼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있는 게 있어서 행복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공책에 글을 쓰던 시절을 기억한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그 당시에는 글이 재밌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심지어 오락프로나 게임보다도 글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그 때의 마음가짐을 늘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실패한 사람은 정작 그 쓰라린 경험을 맛 본 사람보다도 살면서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수한 좌절을 겪겠지만 넘어질 때도 온 정성을 다해 구르겠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999번! 처음처럼 매번 아프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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