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학술문학상
아우슈비츠(시 가작)
아우슈비츠 한 발짝씩 다가간다. 앞서나간 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기덩어리 목숨으로 건초더미마냥 쌓여만 갔다. 이곳은 요단강. 살아있는 목숨이 죄라면 죄. 죄는 죄로써 씻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손에 동전만한 기름덩어리 비누를 쥐어주고 몇 번째 죄인의 살덩어리련가 나 역시 누군가의 손바닥 속에서 공포와 환희와 의구심과 깨달음 앞에 결국 무릎을 꿇게 만든다. 샤워기
LET ME IN(평론 가작)
조경란의『식빵 굽는 시간』과「학습의 」 LET ME IN Ⅰ. 서론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리스트의 『Let Me In』이라는 소설이 있다. 뱀파이어 소녀와 소년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스웨덴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곧 이어 미국에서도 제작되었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소녀가 소년을 맞이할 때, 말하는 ‘Let Me in’이라는 말은 한국어로
말(言)의 기원(소설 당선)
말(言)의 기원 “몸에 열이 높고 혈압도 정상이 아니에요. 어제 체온이 급격히 내려간 것 같은데 아마 오랜 시간 그 상태로 지속돼 있었던 것 같네요. 침팬지가 영장류 중에서도 예민해서 온도에 민감해요. 인간으로 따지자면 몸살감기정도 걸린 거에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며칠간 잘 보살피고 푹 쉬면 나을
짜요짜요(소설 가작)
짜요짜요 곰팡이였다. 유난히 색이 예쁜 멍인 줄 알고 가만 놔뒀던 며칠 새 곰팡이는 제법 더 피어 있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한참동안 겨드랑이를, 흐드러진 곰팡이꽃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벌렸다. 아아, 빠아? 아빠아……. 오소소 소름 돋은 혓바닥이 치열을 포근히 쓰다듬었다. 수줍음을 못다 감춘 목소리가 주황빛 화장실을 명명히 울렸다.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