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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에 이어 ‘아진요’ 카페 등장, 또 다른 마녀사냥 시작?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믿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돼

배단경 기자
- 7분 걸림 -

최근 가수 아이유가 트위터 계정과 연동된 사이트에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사진 속 아이유가 잠옷을 입고 있고, 은혁이 상의를 탈의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공개 직후 삭제됐으나 팬들이 이미 사진을 옮겨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 사진에 대해 아이유 소속사에서는 “올 여름 아이유가 많이 아팠을 당시 아이유의 집으로 은혁이 병문안을 왔을 때 소파에서 함께 앉아 찍은 사진”이라며, 두 사람은 가깝게 지내는 절친한 사이라고 해명했다.

   
▲ 사진출처 : 문화저널 21
그러나 소속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아진요)’ 카페를 개설해 진실이 무엇인지를 요구하고 있다. 연예인을 둘러싼 이러한 진실 공방은 이전에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됐다며,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라는 카페를 개설했고, 걸그룹 티아라 왕따설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티진요)’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이 중 ‘타진요’는 결국 법정까지 가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진요’ 역시 그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타진요’는 2009년 11월 한 누리꾼이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와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하며 개설됐다. 그 당시 ‘타진요’의 회원 수는 무려 20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타블로가 스텐포드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거짓이며, 그가 보내온 서류도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타블로는 지난 2010년 8월 ‘타진요’ 회원 일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타진요’ 회원들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불순하고 여러 차례 반복됐으며 방법이 천박하고 죄질이 불량하다”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행복추구권을 유린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했고 가족 중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아이유가 타블로만큼 피해를 입을지는 알 수 없으나 마녀사냥의 타깃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일명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던 아이유의 이미지는 대중이 만들어낸 이미지이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이유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스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스타에게 실망하며 그 스타에게서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누리꾼들의 근거 없는 추측과 진실 요구 현상으로 제2, 제3의 희생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계되는 현상은 ‘불신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자유라지만 소속사의 공개적인 해명에도 진실을 말해달라는 건 결국 ‘사귄다’는 말만 믿겠다는 역설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보다 소문을 신뢰하고 개인의 의문을 사회적 의혹으로 확산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우려한 대로 이미 ‘타진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인터넷의 익명성과 학벌위주의 사회풍토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타블로의 학력을 인정했던 한 블로거는 “이미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명문대 학벌과 캐나다 국적의 군미필자인 타블로라는 존재는 분노와 증오, 타도의 대상”이라며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기 좋아하는 네티즌들의 태도는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문화사회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젊은층 대다수가 부모와 집안 배경 덕을 보고 있는 데 대한 반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언론 보도의 문제도 있다. 이번 아이유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속옷셀카’, ‘나체셀카’ 등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매체들도 있다. 언론의 보도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보도를 삼가야 하고, 대중 또한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는 피해야 할 것이다.

*참고

「타블로, 타진요 회원들에게 ‘승소’ 3년 싸움 끝났지만 씁쓸」,『리뷰스타』,2012.10.10
「타진요 이어 티진요… 또 도진 한국 집단 의심炳」,『동아일보』,2012.08.02
「“타블로 졸업, 경찰이 학인해줘도 못 믿겠다”」,『한국일보』,2012.10.09
「타블로 악플 왜 끊임없이 이어지나」,『세계일보』,2012.11.18
「‘타진요’,‘티진요’에 ‘아진요’까지…무엇을 위한 진실요구인가」,『스포츠한국』,2012.11.13

 

배단경 기자

bdgmicky@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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