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가상 인간’, 버추얼 인플루언서
국경을 초월한 ‘新-인플루언서’의 세계
90년대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을 들어보았는가? 1998년 1월에 정식으로 데뷔했던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 인간으로,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다. 그리고 약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가상 인간’, 즉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년 사이 인공지능(AI) 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하였고, 최근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등은 가상 인간 진화의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탄생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여러 SNS를 등지로 활동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문화에서는 대표 인플루언서와 발전하는 가상 인간의 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 한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
▲ 로지 / 출처 : 신한 라이프 |
먼저 ▲한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알아보자. 대표적인 인물로는 △‘로지’가 있다. 로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가상 인간이다. 로지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6.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소유하고 있고, 로지가 광고한 신한라이프 광고는 1,000만 조회 수에 육박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고전적 미인상과 다른 귀여운 고양이상의 얼굴이라는 점이다. 쌍꺼풀이 없는 올라간 눈에 흑발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로지는 ‘자연스러움’이 큰 특징인데, 실제로 로지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는 누구도 가상 인간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LG전자가 지난 1월 공개한 △‘김래아’가 있다. LG전자는 모션캡처 작업으로 실제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추출해 ‘김래아’를 탄생시켰는데, 이후 4개월간 자연어 정보를 수집하여 목소리를 만들어 냈고 지금은 말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김래아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공개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지난해부터 이어온 꾸준한 인스타그램 활동 등으로 13만이라는 많은 수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 김래아 / 출처 : 뉴시스 |
[ 해외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
▲ 릴 미켈라 / 출처 : 인스타그램 @lilmiquela |
▲해외에서는 △‘릴 미켈라’라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인기몰이 중이다. 5년 전부터 활동한 릴 미켈라는 스타트업 기업인 브러드(Brud)에서 탄생하였다. 릴 미켈라는 19살에 LA 거주자라는 설정을 토대로, 현재 모델 겸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그의 표지 커버뿐만 아니라 △프라다 △겐조 △타미힐피거 △샤넬 등 저명한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유명세를 탔다. 전 세계적인 호응 덕분에 릴 미켈라는 지난해 1,170만 달러를 벌었는데, 이는 한화로 130억 원에 달하는 돈이다.
▲ 이마 / 출처 : 인스타그램 @imma.gram |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가상 인간’ 분야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버추얼 모델인 △‘이마’가 대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마(imma)’의 이름은 일본어로 지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의 CG 전문회사인 모델링 카페는 2018년부터 이마를 중심으로 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이마의 SNS 계정이 전문 모델의 계정이라기보단 평범한 사람의 계정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 마케팅 겨냥층이 Z세대인 만큼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을 채택한 덕분인지, 현재 이마는 34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또 일본에서는 다양한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 중인데, 채널명은 △Gawr Gura Ch. hololive-EN △A.I.Channel 등으로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 ‘가상 인간’에 대한 이모저모 ]
▲ 아뽀키 / 출처 : Youtube 'Get It Out' MV |
모델 분야뿐만 아니라, ‘가상 인간’을 만들기 위한 AI 기술은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APOKI 아뽀키는 한국의 버츄얼 아티스트 겸 유튜버인데, 실제 자신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고 실시간 렌더링 및 모션캡처 기술을 접목하여 토끼 캐릭터에 덧입혀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유튜버 △루이 또한 AI가 합성해낸 얼굴을 사용하여 활동하고 있다. 몸은 그대로고 얼굴만 AI가 합성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루이는 스브스뉴스 인터뷰에서 “노래를 하거나 매체 등장을 했을 때 제가 겪는, 제가 감당해야 되는 그 무게감이 훨씬 더 줄더라고요.”라며 다른 얼굴을 사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루이의 사례처럼 장점이 있는가 하면, ‘가상 인간’에 대한 논란 역시 존재한다. △프라이버시 보호 △마케팅에서의 이익 등의 순기능이 있어 이러한 기술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성 상품화 심화 △인간의 자리 대체와 같은 역기능에 우려를 표하는 등 개인별로 의견은 매우 분분하다. 서수경(국어국문학·19) 학우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이긴 하나, 한 사람의 인간을 창조해내는 수준의 기술력은 정말 신기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후 TV 속에 나오는 사람이 전부 ‘가상 인간’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라며 ‘가상 인간’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점점 커지는 ‘가상 인간’ 시장처럼, 등장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상 인간’인 ‘아담’ 이후 훨씬 정교해진 그래픽 기술과 마케팅 능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무작정 즐기기만 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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