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예고편 없는 우리네 인생사

하인리히 법칙

김태경 기자
- 4분 걸림 -

300번의 신호, 29번의 경고, 그리고 1번의 재해. 사고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만약 사고가 처음부터 예고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 사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바로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하인리히 법칙’이다. 이는 비단 사고뿐 아니라 우리 삶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에도 그 맥락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인화물질이 조금씩 한데 쌓이고 쌓여 종국에는 큰 집합을 이루고, 한 순간 큰 소리와 함께 폭발한다고 생각해보자. 사고는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서서히 쌓이고 쌓인 결과물일 수도 있다. 문제의 원인이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서 맴돌고 있었다는 말도 된다. 어쩌면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고 전 징후들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이에게 있어서 경고 사인은 그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내가 알아야 위험도 볼 수 있고, 위험을 봐야 그로부터 피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을 미리 알고, 그에 대해서 완벽하게 대비하고자 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 될 수 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사고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사고의 징후가 없더라도 미리 모든 위험으로부터 대비하곤 한다. 그래서 제방을 쌓고 가스밸브를 잠그며 문단속을 하고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지의 위험에 더욱 노심초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는 것만 알고, 봤던 것만 생각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탓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속의 어둠과 마주칠까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 때문에 하루 24시간 경계태세를 갖추며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과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게다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마음을 다 갖다 쓰기엔 아까울 정도로 세상엔 좋은 일이 너무나 많다. 외부에 떠다니는 먼지와 같은 재난의 위협에 쓰는 마음의 비중을 조금만 나누자. 그 대신에 내부에 잠자고 있는 희망을 깨우자. 우리네 인생은 어차피 예고편 없는 생방송이다.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이 큰 방송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긍정이라는 이름의 손잡이를 꽉 잡아라. 미리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 우리가 늘 하듯이 마음을 단속하면 된다. 이렇게 희망보험에 가입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걱정에 삶을 내어 줄 이유가 없다.
 

김태경 기자
thankstk1202@kunsan.ac.kr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