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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기약 없이 미뤄지는 삶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

김선주 선임기자
- 6분 걸림 -

   
▲ 지난 해 4월 한  청년단체 회원이 20대의 팍팍한 삶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 2030 정치네트워크

삼포(三抛)세대: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 요즘 이러한 신조어가 2~30대의 연령대인 젊은 층을 지칭하는 말로 새로 등장했다. 우리는 이러한 용어의 등장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적인 문제의 심각성이 가속화되리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층이 가족을 꾸리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는 심화되기 때문에 삼포세대는 ‘미래 한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에서 멀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요즘 20대의 경우, 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로 인해 학자금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대학생들이 수두룩하다. 30대는 치솟은 물가(物價)와 집값으로 인해 가정을 꾸리기 전 안정된 삶을 조성하기 위해 매일 일에 치인다.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연애조차도 언감생심이다.

이에 대해 자연과학대학 3학년 ‘ㄱ’양은 “연애이든 결혼이든 아직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한 상태라서 마음 편하게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4학년은 아니지만 항상 자격증 취득, 성적 등 취업 준비로 시간에 쫓기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삼포세대가 형성된 원인 중에 하나가 정부에서 대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젊은 층들의 미래를 보장할 만한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정된 사회적 환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사립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ㅂ’양은 “연애가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연애보다는 취업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 친척과 지인들도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보다는 ‘어디로 취직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이 많아 취직의 압박이 목을 조여왔었다”며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안정된 직업이 정해지지 않은 이상 취업 걱정에 연애는 뒷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취업이 됐다 하여도 졸업 후 비정규직 취직 비율이 정규직보다 높아 안정을 추구하며 임시적인 생존에 전력투구하도록 내몰린 우리에게는 삶의 여유란 찾아오지 않는다. 결혼을 하여도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른다. 또한, 샐러리맨들이 거대 자본과 소수의 기득권층이 장악한 부동산시장 구조에서 살 집 하나 마련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심화되는 고용불안, 등락을 거듭하는 주택 가격 불안,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불안 등의 여러 가지 위협 요소가 엉키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4년 째 교재하며 결혼을 마음에 두고 있는 ‘ㄱ’씨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서로 비정규직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부모님의 반대도 심하고, 미래를 생각하자니, 아직 결혼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젊은 세대들이 섣불리 결혼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요즘 2~30대가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예로, 올해 결혼하는 자연과학대학 2학년 ‘ㅎ’양은 “실질적으로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뒤 경제적인 능력을 갖췄을 때 결혼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 나이가 30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해보니 결혼을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상 노후를 무시할 수 없어 결혼을 결정하게 됐고, 아직은 젊기 때문에 안정된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처럼 2~30대가 더 이상의 팍팍한 삶이 아닌 편안한 가정 속에서 편히 쉬며 질 높은 삶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주 기자

sophiaword@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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