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가요 심의, 기준의 모호성 논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구체적인 기준 마련 필요
최근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 기준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여성가족부 관할 소속의 청소년보호위원회 및 음반심의위원회가 ‘술’, ‘담배’ 등의 단어가 들어간 대중가요를 잇따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불거져 나왔다.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선정한 곡 가운데 싸이의 ‘라잇나우’는 ‘인생은 독한 술이고’란 가사로 인해, 백지영의 ‘아이캔 드링크’는 ‘난 술을 못 마셔요’ 라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2PM의 ‘Hands Up’, 인디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 장혜진의 ‘술이야’ 음원에 왜 ‘19금’ 딱지가 붙어 있지요?”라는 내용의 댓글에 공감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에 여성부는 “노래 가사에 술·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무조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노래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그것을 조장하거나 매개하는 것에 해당하는 노래를 심의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여성부가 유해음반 판정 기준으로 밝힌 ‘직접적·노골적으로 술과 담배의 이용을 권장하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부가 시행하는 유해매체 선정제도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유해매체로 판정을 받은 곡들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9세 미만 판매 금지' 스티커를 붙여야만 판매가 가능하고, 밤 10시 이전에는 방송조차 할 수 없다는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의 유통시장은 시간의 제약이 적다. 신현준 음악평론가는 “19금 청취 금지 판정을 받으면 방송 시간을 정해놓고 음악을 트는 것이 사실이지만 방송이란 것이 시간을 정해놓고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통로를 통해 볼 수 있기에 실효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실효가 없음에도 심의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여성부 가요 심의, 기준 모호하고 비현실적?,『미디어스』, 2011.08.29)하기도 했다.
물론 청소년은 유해매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부의 가요 심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무엇이 유해매체이고 무엇이 유해매체가 아닌지 그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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