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떡국 먹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신학기가 시작되었네요. 새 학기가 시작되니 새내기들도 새롭게 입학하여 학교는 다시 젊어지는 시간을 맞이하는 듯합니다. 조금 있으면 봄을 알리는 노란 개나리가 여기저기서 피어나겠지요. ‘바른 말 고운 말’도 새로운 학기를 맞으면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2013년의 새로운 시작을 ‘바른 말 고운 말’과 함께 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바르고 고운 국어와 함께 여러분의 뜻도 올바르게 펼쳐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은 정월대보름도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많이 행해지는 윷놀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윷놀이대회 / 척사대회’ 및 ‘도 긴 개 긴 / 도낀개낀 / 도찐개찐 / 도진개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윷놀이 대회’ / ‘척사(擲柶) 대회’
“이번 정월대보름에 동사무소에서 척사대회가 열린대요.”
“척사대회가 열린다는데 척사대회가 무슨 대회지?”
위의 문장들 중에 나오는 ‘척사(擲柶) 대회’라는 말을 여러분들 중에 들은 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 척사대회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윷놀이 대회를 의미합니다. 척사 대회가 윷놀이 대회인지 아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그 의미를 알았다 하더라도 한자의 뜻까지 정확히 아는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사’자가 들어가니까 이 ‘사’를 ‘넉 사(四)’의 뜻으로 해석해 윷이 네 개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네 개를 던진다는 뜻인가 보다’라고 이해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 척사(擲柶)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자면 척(擲)자는 ‘던질 척’자이고 사(柶)자는 ‘수저 사’자입니다. 그러면 수저를 던지는 놀이라는 뜻이냐고 반문할 분도 계시겠지만 이때의 사(柶)는 ‘숟가락’의 뜻뿐만 아니라 ‘윷’의 뜻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척사(擲柶)’는 ‘윷을 던짐’이라는 뜻이 됩니다. 정확한 한자어로 ‘척사희(擲柶戱)’ 또는 ‘사희(柶戱)’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를 우리말로 하면 ‘윷놀이’의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어려운 뜻과 음을 갖고 있는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요? 앞으로는 ‘척사’를 ‘윷놀이’로 ‘척사 대회’를 ‘윷놀이 대회’로 고쳐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 긴 개 긴 / 도낀개낀 / 도찐개찐 / 도진개진
“걔들은 도낀개낀인데 서로 잘 났다고 매일 싸워.”
“철수와 영희가 한 것을 보면 도찐깨찐이야.”
여러분은 ‘도낀개낀 / 도찐개찐 / 도진개진’하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이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 ‘도낀개낀 / 도찐개찐 / 도진개진’이라는 표현은 모두가 틀린 표현입니다. 위의 두 문장 안의 ‘도낀개낀’, ‘도찐개찐’도 잘못된 것이지요. 이들의 올바른 표현은 ‘도 긴 개 긴’입니다. 여기서 ‘도’와 ‘개’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이 표현이 어디서 왔고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알 것입니다. 이것들은 윷놀이에서 말이 가는 칸을 이르는 ‘도, 개, 걸, 윷, 모’ 중의 ‘도’와 ‘개’에서 온 표현입니다. 그러면 ‘긴’은 무엇일까요? 이 ‘긴’의 의미는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말합니다. 여러분도 윷놀이 하다가 ‘네 말은 걸 긴에 있다.’ ‘드디어 윷 긴이다.’라고 말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긴’은 명사이니 앞의 ‘도’와 ‘개’와 띄어 써야 하기 때문에 ‘도 긴 개 긴’이라고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낀 / 진 / 찐’은 어떻게 온 것일까요? ‘낀’은 ‘긴’을 불필요하게 경음화시킨 것이고 ‘진’은 표준어에서 인정하지 않는 구개음화를, ‘찐’은 ‘진’을 다시 경음화시킨 것입니다.
‘도 긴 개 긴’은 윷놀이에서 도 긴, 개 긴하며 한 칸 두 칸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간다는 말이니 이 말은 우리 속담의 ‘도토리 키 재기’, 고사 성어 ‘오십보백보’와 유사하게 쓰입니다. 오늘은 ‘윷놀이 / 척사’와 ‘도 긴 개 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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