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제 겨우(?) 불혹의 나이를 목전에 둔 선배가 오늘은 나이답지 않은 꼰대 노릇을 좀 해야 할 것 같으니 미리 양해부터 구해야겠다. 돌려 말할 것 없이 바로 묻자면,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아마도 여러분 중 대부분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진 일단 대학에 가는 게 꿈이었을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은 그토록 오고 싶었던 대학에 입학해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연애? 취업준비? 그것도 아니면 재수나 삼수, 유학, 혹은 편입학 준비?
일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꼰대답게 했던 말을 반복 하자면), 나는 내가 질투가 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야 알게 됐다. 그때 나는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였는데, 당시엔 많이 늦었다는 생각에 초조해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늦지 않은 나이에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깨달아야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닫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어설픈 투정이나 심술이 아닌 진짜 질투는 발전의 동력이 된다.(그렇다고 질투에 미친 스토커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십대 중반의 어느 날 느닷없이 깨닫게 된 나의 꿈은 내가 만든 새로운 세상을 세상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소설을 선택했고, 이후 수많은 선배, 동료, 심지어 후배들에게까지 진심어린 질투를 느끼곤 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작가인 김중혁 역시 그들 중 하나이며, 김중혁이 책 ‘일층, 지하 일층’을 통해 세상 앞에 내놓은 그의 세상 또한 그러하다.
“나는 이 속된 도시가 좋다. 여기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 적힌 작가의 말이다.
‘일층, 지하 일층’ 안에는 이 단출한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속된 도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나 역시 그 속된 도시가 마음에 든다. 그러나 그곳은 어디까지나 작가 김중혁이 설계한 작가 김중혁의 세상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은 그저 그 세계를 잠시 방문하는 방문자에 불과하고. 그렇다면 김중혁의 세상을 두루 구경하고 난 다음, 나와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번에도 꼰대답게,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했던 말을 또다시 반복해 보겠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할 것이 틀림없지만 그 모두를 뭉뚱그려놓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 말도 안 되는 세상 앞에 무엇을 내놓고 싶은가. 당부해 두 건데, 무엇을 할 것인지 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숙고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질투쯤 감쪽같이 숨긴 채 허허거릴 수 있을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꿈을 향해 지난한 진군을 포기하지 않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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