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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미래를 위해 소중한 지금을 희생하는 사람들

김의한 선임기자
- 4분 걸림 -

헤라클레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리스신화의 영웅으로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다. 신들의 땅, 올림푸스로 올라가기 위해 헤라 여신이 그에게 주어준 12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했고 결국 누구보다 힘든 생애를 보내야만 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그 에게 주어져 일생을 힘들게 만든 12가지 과업이 모두 헤라 여신의 속임수였는데도 말이다.

심리학자인 타이비 칼러는 헤라클레스 이야기가 인간의 중요한 심리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무엇인가를 이룬 다음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일단 집을 장만한 뒤에, 대학에 들어간 뒤에, 아이들이 좀 큰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등과 같이 말이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욕심이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만 나중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끊임 없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고, 하고 싶은 일을 미래로 미루며 살아간다.

지금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취직 하지 못한다. 지금 대외활동, 봉사활동을 해놓지 않으면 내게 밝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정신을 옥죄고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거나 친구와 잠시 여행을 떠날 시간이 생겨도 또다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물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꼭 내 젊음의 한 순간을 포기하면서 단순히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한다고 해서, 혹은 일박이일 동안의 여행 대신 TOEIC 책을 한번 더 본다고 해서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정말 다양한 대답들을 들을 수 있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 여행을 가고 싶다.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와 같은 것들 말이다.

어느 대학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이틀 후에 죽는다면 지금껏 하지 못해 아쉬울 것 같은 일들을 종이에 적어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교수님의 말대로 내일모래 죽는다고 생각하고 못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모두 적고 난 후 교수님이 학생들을 향해 “종이에 적은 것들을 지금 당장 실행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 당장은 바쁘다며 하지 않고 있거나, 위 사례처럼 죽기 이틀 전에야 하지 못했다며 후회할 만한 일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마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잠시 미뤄둔 것들도 많을 것이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면 지금 당장 친구, 선배 혹은 학원이라도 찾아가서 배우면 되고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 것도 하기 싫다면 잠시 하던 일들을 내려놓고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된다.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보 물러나거나 멈추어서 숨을 고르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면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금껏 미래를 위해 포기하고 옆으로 미뤄놨던 일이 있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집장 · 김의한

han@kun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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