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노력으로 피워낸 꽃송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법학과 10학번 이은지 동문
모두의 가슴 속에는 막연하게라도 작게나마 간직해온 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진로를 정하는 일은 금전적인 문제와 같이 현실적인 것부터 시작해 그것을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내가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아 성찰로 이어진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직무의 경우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그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욱 커지곤 한다. 그러나 여기, 고난을 딛고 2년의 노력 끝에 꽃송이를 피워낸 동문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 이은지 동문 프로필 사진 / 제공 : 이은지 동문(법학·10) |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014년도에 군산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10학번 이은지입니다.
Q. 하고 계시는 직무는 무엇인가요?
A. 저는 2016년에 법원사무직렬에 합격하고 2017년도 2월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원서기보’로 임용되어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인사소액과에서 인사소액재판부 실무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소액재판부는 소가 3천만 원 이하인 사건들을 재판하는 곳으로 저는 소장이 접수되고 판결이 확정되기까지의 전반적인 절차를 진행합니다.
Q. 그러한 직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학창 시절에 막연히 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법학과로 입학했지만, 졸업을 앞두고도 마땅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법원직 공무원의 합격 수기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다 읽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판사나 검사를 꿈꾸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고 법원에서 근무하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직무였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일하시면서 힘드신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들 때 가장 괴로운 것 같습니다. 법원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매우 급한 상황에 놓인 분들입니다. 그렇기에 한 명의 사건마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응대해드리고 싶지만, 하나의 소액재판부에서 1,500~2,000건을 진행하다보니 한정된 시간과 형평성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쉽습니다. 또한, 법원의 실무관은 독립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히 절차적인 법률지식을 요구하고 그만큼 책임감도 강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점도 있습니다.
▲ 신규 임용이 되었을 때 받은 화분 / 제공 : 이은지 동문(법학·10) |
Q. 그렇다면 보람찼던 경험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작년 민사합의재판부에서 진행했던 재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는데, 이는 일본국가를 상대로 한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재판이었기에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법원이 기자들과 여러 방청객으로 가득해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긴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견디기 버겁고 실수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하루였는데, 돌이켜보니 역사적인 재판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값진 하루로 기억됩니다.
Q. 그렇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셨나요?
A. 졸업 후 약 2년 동안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내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법원직 시험은 1년에 1번 있는데 첫 시험에서 탈락하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2번째 시험에서 합격했습니다. 법원직 시험은 총 8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헌법, 민법, 민소법, 형법, 형소법)으로 타 직렬보다 과목의 양이 많고 법 과목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과목마다 비중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많은 양을 끈기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체력을 기르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우리 대학에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우들이 많은데, 시험 준비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저는 두 번째 시험을 약 1달 앞두고 본 모의고사에서 합격선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2년이나 준비한 시험인데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이 절망했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고시원에서는 소리 내서 울지도 못하고 혼자 밤거리를 걸으며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곧 ‘이 시험에 또 떨어지느니 한 달 동안 죽을 만큼 공부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는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에 잠도 안 왔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침대에 누워 잠깐 눈만 감고 있다가 새벽 2시쯤 일어나 그날 수업을 예습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복습했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를 봤는데 이 시험에서 평균 10점 이상이 올라 처음으로 합격선을 넘었고 이날 실제 합격한 날보다 더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Q. 같은 꿈을 가진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은 항상 불안함과 싸웠던 것 같습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쟁자는 옆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불안해하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내 감정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럴 때 감정을 이기는 방법은 하루를 정직하게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보낸 하루의 끝이 모여 합격이라는 결과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제가 좋아했던 문구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피하려고 하기 보다는 꽃을 피우기 위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많이 흔들릴수록 눈부신 꽃이 피어날 것이고 곧 피어날 꽃송이를 기대하며 주어진 하루를 정직하게 보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 법원 앞에서 부모님 기념사진 / 제공 : 이은지 동문(법학·10) |
Q.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우선은 가슴이 뛰는 일을 찾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에 너무 서둘러 선택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날들은 많이 남았고 그 길이 아니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20대는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꿈을 품고 어떤 일을 하면 내 마음이 두근거리는지를 살피는 시간입니다. 저도 지금 와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면 자격증이나 토익점수가 아닌 따듯한 봄날 걸었던 캠퍼스의 풍경,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두근거렸던 기억,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낯설지만 설렜던 기분이 떠오릅니다. 여러분들도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대학 생활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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