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말
“과거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우리들의 아들이나 손자, 그리고 그 앞의 세대의 자손들에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계속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워서는 안 됩니다.”
[출처 : 아베 담화 전문, 조선닷컴, 오윤희 기자]
위는 전후 70년을 맞이 해 아베 총리가 발표한 담화문의 일부이다. 위의 내용을 포함한 담화문은 발표 직후 언론에서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이 문장을 중점으로 공격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중앙일보에서 일본 내 국제관계 전문가들에게 설문한 조사를 발표했다(한·일 관계 등 전문가 35명 중 15명 회신). 60%가 담화문에 대해 찬성 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설문조사가 일본인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한국와 일본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담화문중에서 ‘전쟁과 관련이 없는 자손들에게 계속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워서는 안 된다’ 에 대한 일본인들은 많은 공감을 표했다. 아사히 신문은 63%가 공감, 21%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중앙일보 설문 조사에서는 학자 15명 중 9명(60%)이 공감 또는 이해가 간다거나 긍적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안좋은 이미지로 남겨져 있다. 식민지배 당시에 대한 문제인 ‘일본군을 위한 성 노예(위안부)’ 부분에 사죄를 하지 않았으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에게 굉장히 부정적인 인물이다. 그렇다고 그가 한 모든 말이 부정적이고 틀린 말이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
저 문장이 들어간 문단을 살펴보자.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지금이나, 인구의 8할을 넘고 있습니다. 과거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우리들의 아들이나 손자, 그리고 그 앞의 세대의 자손들에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계속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워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들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겸허한 기분으로, 과거를 계속 받아들이고, 그것을 미래에 넘겨줄 책임이 있습니다.”
담화문에서는 ‘사죄에 대한 숙명을 벗어나야 한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통일독일 바이츠제커 초대대통령은 독일패전 4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 장님이 된다”라며 참회했다. 사죄에 대한 숙명을 후세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그의 말은 틀리지 않다. 몇몇 나다니엘 호손과 같은 인물들은 조상들의 죄를 평생동안 사죄하며 살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아베 담화문에서 나온 말이 틀린말이 아니라고 해도 현 상황에 적절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아베 총리가 행했던 일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변 국들에게도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번 담화문에서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문구들이 많이 보였다. 대표적으로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 아래서 고통 받는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복돋웠습니다”라는 등의 문구가 있다.
아베 총리의 과거 행보는 비판 받아야하고 이번 담화문 역시 비판 받을 내용이 있지만 그럼에도 ‘전쟁과 관련이 없는 미래세대가 사죄를 해야 한다는 숙명을 짊어지워서는 안 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이 말의 논리성에 진실성을 더하기 위해선 아베 총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가 직접적으로 전쟁과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위안부와 같은 여러 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해야 그의 말이 존중받을 것이다.
편집장·안영태
ahn2sang@hwangr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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