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 고운 말 3
여러분 3월을 맞으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학기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러갔네요. 3월에 여러분을 맞은 ‘바른 말 고운 말’도 벌써 세 번째로 여러분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네요. 여러분의 아름다운 국어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번 호에서는 무심코 쓰는 외국에서 온 한자어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합니다.
‘구좌(口座)’와 ‘계좌(計座)’ / ‘마호병(まほう甁)’과 ‘보온병(保溫甁)’
“네가 거래하는 은행의 구좌번호가 어떻게 되니?”
“너는 교원 공제에 몇 구좌를 신청했어?”
우리는 가끔은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물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구좌’라는 말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세가 많으신 50대 이상의 분들에게서는 ‘구좌’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구좌’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온 한자어입니다. 일본어로는 ‘こうざ[ko:za]’로 발음이 됩니다.
1950-60년대에는 일본어에서 온 한자어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쓰였습니다. 그 당시에 태어나서 자란 분들은 자연스럽게 이 ‘구좌’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고, ‘계좌’라는 단어가 ‘구좌’의 자리를 거의 빼앗은 요즈음에도 여전히 ‘구좌’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위에서 제시한 예문의 두 번째 문장에서의 ‘구좌’는 아직도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제’나 ‘사립 연금’등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회원들로부터 매달 받는 회비에 대해서 안내할 때 ‘한 구좌 당 얼마, 몇 구좌까지 가입 가능’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경우에 아직은 ‘구좌’가 세력을 더 얻고 있고 언중들도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나 ‘계좌’가 맞는 표현이므로 ‘구좌’는 ‘계좌’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네가 거래하는 은행의 계좌번호가 어떻게 되니?”
“너는 교원 공제에 몇 계좌를 신청했어?”
앞으로는 이렇게 써야 하겠지요?
“얘, 오늘 날씨도 추운데 마호병에 따뜻한 물 넣어서 가져가거라.”
“마호병에 넣어 온 따뜻한 커피 한 잔, 정말 좋아.”
‘구좌’와 마찬가지로 50대 이상의 분들에게서 가끔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마호병’이라는 단어입니다. 여러분은 이 표현의 원래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른들이 ‘보온병’ 대신으로 쓰는 단어인가보다 라고 무심코 생각하고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어에서 온 말입니다. ‘마법(魔法)’의 일본어 발음은 ‘마호(まほう)’이고 여기에 병(甁)이라는 말이 붙어 만들어진 단어가 ‘마호병’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일본인들은 이 병을 ‘마호병’이라고 했을까요? 19세기에 바인홀트란 사람이 이 병을 처음 발명했는데요. 이 병에 뜨거운 물이나 찬 물을 넣었을 때 그 온도가 몇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 병을 처음 접한 일본사람들의 눈에는 이것이 ‘마법’을 걸어 놓은 듯 신기하게 보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 병은 일본에서 ‘まほうびん[maho:biŋ]’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것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마호병’으로 불리게 된 것이지요.
우리말에는 차갑거나 더운 액체의 온도를 잘 유지하는 특성을 가진 이 병을 더 잘 지칭하는 ‘보온병’이라는 표현이 있으니 당연히 ‘마호병’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지요. 위의 예문들은 다음과 같이 고쳐서 써야 합니다.
“얘, 오늘 날씨도 추운데 보온병에 따뜻한 물 넣어서 가져가거라.”
“보온병에 넣어 온 따뜻한 커피 한 잔, 정말 좋아.”
오늘 공부를 통해서 ‘구좌(口座)’와 ‘계좌(計座)’ / ‘마호병(まほう甁)’과 ‘보온병(保溫甁)’의 차이에 대해서 확실히 아셨죠? 그럼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납시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