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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5월의 문이 활짝 열렸네요. 올 봄은 유난히 추워서 제대로 봄이 옴을 느끼기가 어려웠는데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니 따뜻하고 온화한 날을 많이 접할 수 있겠지요? 중간시험은 모두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겠지요? 3월에 여러분을 맞은 ‘바른 말 고운 말’도 벌써 네 번째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네요. 오늘은 우리들이 쓰는 단어 중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들에 대해서 다루어 볼까 합니다. 

 

‘반지’와 ‘가락지’ / ‘갑절’과 ‘곱절’

“너 이번에 결혼반지로 어떤 걸 준비할 건데?”
“이 쌍가락지 너무 예쁜데. 우리 사서 하나씩 나눠서 낄까?”

 

위의 두 문장은 쉽게 들을 수 있는 문장입니다. 여러분들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문장을 말하거나 듣거나 해 보셨겠지요? 이 두 문장에서 나오는 ‘반지’와 ‘가락지’에서 차이점을 느낄 수 있나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두 단어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굳이 그 차이가 있다면 ‘반지’가 ‘가락지’에 비해서 더 많이 쓰이는 표현이라는 의견 정도가 나올까요? 그러나 이 두 단어는 뜻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가락지’는 ‘주로 여자가 장식으로 손가락에 끼는 두 짝의 고리’이고 ‘반지’는 ‘장식으로 손가락에 끼는 고리’로 뜻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가락지’는 한 개가 아니라 반드시 쌍(雙)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락지’라는 말 자체에 이미 한 개가 아닌 두 개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쌍가락지’라는 말 자체도 잉여적인 ‘쌍’이라는 말이 덧붙어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냥 ‘가락지’라고 하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장에서 ‘가락지’를 나눠서 낀다고 했는데 ‘가락지’는 원래 두 개를 나눠서 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안 되겠지요? 이제 두 단어의 차이를 확실히 알았나요? 결혼반지는 각각 한 개씩 남편과 아내가 끼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 가락지’라는 표현은 틀리는 것이고 ‘가락지’는 쌍으로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개로만 되어 있는 ‘반지’의 뜻으로 ‘가락지’를 써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갑절’과 ‘곱절’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은 밥을 갑절로 펐네.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지?”
“전력 수요량이 10년 전에 비해 세 곱절로 늘었대.”

 

위의 두 문장에 쓰인 ‘갑절’과 ‘곱절’, 이 두 단어의 뜻은 같을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 걸까요? ‘곱절’이라는 말의 뜻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를 사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단어를 가지고 우리는 ‘세 곱절, 네 곱절’ 등의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갑절’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풀이와 마주치게 됩니다. 갑절은 ‘두 배’의 의미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갑절’과 ‘곱절’의 뜻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면 ‘갑절’은 ‘두 배’의 의미만을 갖는 데 비해서 ‘곱절’은 앞에 붙이는 수에 의해서 ‘두 배, 세 배, 네 배’ 등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죠. ‘두 배’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에는 ‘갑절’을 써도 좋고 ‘곱절’을 써도 좋으나 ‘세 배’, ‘네 배’의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으로는 ‘세 갑절’, ‘네 갑절’이라는 표현은 쓸 수 없고 ‘세 곱절’, ‘네 곱절’이라는 표현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같은 듯 다른 ‘갑절’과 ‘곱절’의 차이에 대해서 구별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반지’와 ‘가락지’ / ‘갑절’과 ‘곱절’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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