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벌써 군산대 신문도 1학기를 마감하는 종강호를 내게 되었네요. 여러분들, 1학기를 후회 없이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학기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짓도록 합시다. ‘바른 말 고운 말’도 1학기를 여러분과 함께 보내며 마감하려 합니다.
‘프로’와 ‘퍼센트’ / ‘엑기스’와 ‘농축액’
“광수야, 오늘 국어 시험 백프로 다 맞았어?”
“오늘의 강수 확률은 35퍼센트 입니다.”
우리는 위의 두 문장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지요. 그리고 아무 거리낌 없이 두 문장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주의를 조금만 기울이면 두 문장에서, 같은 의미를 갖는 ‘프로’와 ‘퍼센트’가 각각 쓰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왜 두 개의 다른 표현이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 둘은 모두 표준어로 인정되는 것일까요? ‘프로’는 네덜란드어 ‘procent’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이 단어가 일본으로 건너가 앞부분인 ‘pro’만 발음되었는데 이것이 한국에 그대로 건너와 ‘프로’로 사용되게 된 것입니다. ‘퍼센트’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영어 단어 ‘percent’를 그대로 받아 들여서 쓰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일본에서는 ‘프로’라는 표현 대신 ‘パ?セント[p’a:sento](percent)’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표현은 모두 표준어일까요? 퍼센트만 표준어일까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표현을 써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퍼센트’라고 쓰는 것이 더 합당한 것처럼 생각될까요? 방송언어에서는 ‘프로’라는 표현보다는 ‘퍼센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방송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인 ‘퍼센트’를 맞는 표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입니다. 최근에는 나이가 많은 분들의 경우에는 ‘프로’를,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퍼센트’를 더 많이 쓰고 있는 듯합니다.
“연경아, 매실엑기스 한 번 먹어봐. 몸에 참 좋아.”
“홍삼 농축액은 최고의 건강식품이야.”
이번에도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두 문장이 제시되었습니다. 어떤 표현을 비교하려고 하는지 아시겠죠? 바로 ‘엑기스’와 ‘농축액’입니다. 이 두 개의 표현 모두 언중들 사이에서 별 거부감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두 표현이 ‘프로’와 ‘퍼센트’처럼 모두 표준어로 인정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엑기스’는 ‘추출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extract’라는 단어에서 앞부분인 ‘ex-’의 발음을 일본에서 ‘エキス[ek’isu]’라고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엑기스’라고 표기하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것은 일본어에서 온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진액’으로 고쳐서 사용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어에서 이 표현을 제대로 쓰려면 ‘엑기스’를 ‘진액’이나 ‘농축액’, ‘추출액’ 등으로 바꾸어서 써야 맞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장은 “연경아, 매실 추출액/농축액/진액 한 번 먹어봐. 몸에 참 좋아.”라고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엑기스’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프로’와 ‘퍼센트’ / ‘엑기스’와 ‘농축액’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2학기에는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여러분과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여름방학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기 바랍니다. 2학기에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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