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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벚꽃, 신입생, 그리고 행복.

- 6분 걸림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 버스커 버스커, 벚꽃엔딩 -

 

봄이 왔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함과 동시에 작년에 유행했던 봄 노래도 잊혀지지 않고 거리를 메운다.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늦게,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쯤 피기 시작하는 군산대학교 캠퍼스의 벚꽃은 시험이 끝나고 봄비와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시험기간이라 제대로 꽃구경도 못하고(사실 애인도 없었다.), 막상 시험이 끝나 이제 좀 즐겨볼까 했을 때 비와 함께 강제 낙화된 벚꽃을 보며 참 서글펐다. 군산이라는 지역에 살아 금방 죽어버린 꽃잎이 그러하였고, 벚꽃 한 번 즐길 여유가 없었던 내 청춘이 그러하였다.

벚꽃과 함께 캠퍼스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신입생이다. 3월이 다 지나간 지금, 개강모임과 엠티도 다 다녀온 13학번을 두고 신입생이라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입생은 풋풋하다. 한달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전공수업도 듣고 동아리도 가입해보고.. 새로운 것들 앞에서 그들은 즐거워 보인다. 물론 즐거운 기억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유라고 생각했던 대학생활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신입생들은 밀려오는 과제와 수준 높은 수업내용에 벌써부터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고등학교와 다르게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막상 대학에 왔는데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방황하는 학생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나도 지난 일년을 돌아보면 참 바쁘게, 벅차게, 힘들게 살아왔던 것 같다. 집안 사정 때문에 멀리서 군산까지 학교를 다니는 외로움, 장학생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생각만큼 실천이 되지 않아 드는 자괴감, 그리고 표면적이게 느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허무함. 바쁜 만큼 남는 것은 많았지만 이와 정비례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왜 그랬을까? 1년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나온 이유가 내가 원치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갖가지의 의무를 지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이 된 그 순간부터 말이다. 이러한 의무들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가 훨씬 많다. 의무에 치여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한다면 작년의 내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아주 힘든 삶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의무든지 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스스로에게 의무를 어떻게 지우느냐에 따라 생긴다.

행복한 사람은 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자신이 행복 하려면 주변사람, 더 나아가 사회와 같은 주변환경들이 행복해야 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행복만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다 보면 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일이라고 꼭 사무적인 것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의 관계, 개인적인 활동등과 같은 모든 것이 일이라 할 수 있다. 남들이 맡기는 일도 분명 있겠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행복이라는 기준에 맞게 선택하여 한다. 이러한 일들을 할 때 생기는 것이 의무이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에게 이러한 의무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주어진 의무를 지키는 삶 또한 자신이 행복하기 위한 과정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의무를 지고 살아도 불행하지가 않다.

반면에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무얼 해야지 행복한지에 대한 앎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자신만의 분명한 기준이 없으니 남들이 주는 의무를 선택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의무들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는 삶을 산 것만 같고 여러 이력들은 남지만 내가 그랬던 것 같이 스스로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신입생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너희들의 청춘은 벚꽃과 같이 정신 없이 왔다가 타의에 의해서 져버릴 수도 있다. 그것에 아쉬워하지 마라. 너희가 아쉬워해야 할 것은 정신 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충실 하지 못했던 너 자신의 행동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쫓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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