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2년의 마무리를 잘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셨겠지요?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결심을 가지고 한 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간입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읽으면서 새로운 설계를 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듯합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설계를 하는 날, 저는 이번 회를 끝으로 ‘바른 말 고운 말’ 집필을 마감하게 됩니다. 1년 동안 정들었던 ‘바른 말 고운 말’ 코너를 떠나면서 아쉬움이 강하게 남지만 여러분이 제 글을 통해서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는 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그것이 제게는 큰 기쁨으로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치르다 / 치루다’, ‘엉기다 / 엉키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치르다’ / ‘치루다’
“그 사람은 아직까지 계약금을 치르지 않았어.”
“오늘 중도금을 치루기로 했어요.”
위의 두 개의 문장 중에 한 문장은 틀린 표현이 있습니다. 어느 것일까요? 두 번째 문장이 틀린 문장입니다. 두 번째 문장이 ‘치루기로’의 기본형인 ‘치루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런데도 이 ‘치루다’라는 표현을 많은 사람들이 맞는 표현으로 알고 쓰고 있습니다. 이는 ‘치르다’로 고쳐야 맞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문장을 “오늘 중도금을 치르기로 했어요.”라고 고쳐야 맞는 것입니다. 이 ‘치르다’는 세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위의 예문의 ‘치르다’가 바로 이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계약금을 치르다’, ‘중도금을 치르다’와 같이 써야 맞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잔치를 치르다’, ‘홍역을 치르다’, ‘큰일을 치르다’와 같이 쓰이는데 이 경우에도 종종 ‘잔치를 치루는 건 힘들어’, ‘큰일을 치루려 하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와 같이 잘못 쓰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세 번째로는 ‘아침, 점심 따위를 먹다’라는 뜻도 갖고 있는데, 점심을 먹었다는 뜻으로 ‘점심을 치렀어요’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세 번째의 경우는 앞에서 설명한 두 가지 뜻의 사용 빈도에 비해서 훨씬 빈도가 떨어져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치르다’는 ‘으’ 불규칙 활용을 하는 동사입니다. 따라서 ‘치르고/치르니/치르면/치러서/치러라/치렀다’와 같이 활용을 합니다. 그런데 활용을 하는 경우에도 기본형을 ‘치루다’로 혼동하는 경우에 ‘계약금을 치뤄’, ‘값을 치뤄라’, ‘잔치를 치뤄서’, ‘대사를 치뤘다’와 같이 쓰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들은 모두 ‘계약금을 치러’, ‘값을 치러라’, ‘잔치를 치러서’, ‘대사를 치렀다’와 같이 고쳐야 맞는 표현이 됩니다.
‘엉기다’ / ‘엉키다’
“이 액체에 기름이 엉겨 있네요.”
“머리카락이 엉켜서 잘 빗을 수가 없어요.”
이 두 문장에 나오는 ‘엉기다 / 엉키다’가 발음이 비슷하고 뜻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서로 혼동되어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두 문장은 맞는 표현일까요, 틀린 표현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맞는 표현입니다. 그러면 ‘엉기다’와 ‘엉키다’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엉기다’는 ‘점성이 있는 액체나 가루 따위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지다’의 뜻을 갖고 있고 ‘엉키다’는 ‘엉클어지다’의 준말로 ‘실이나 줄, 물건 따위가 한데 뒤섞여 어지럽게 되다’의 뜻을 갖습니다. 위 두 문장의 동사의 쓰임은 사전의 뜻에 맞게 쓰였으니 제대로 쓰인 것이지요. 여러분도 이 두 동사의 뜻 및 쓰임을 제대로 알아서 틀리게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지요.
오늘은 ‘치르다 / 치루다’, ‘엉기다 / 엉키다’의 쓰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바른 말 고운 말’ 코너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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