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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를 앞둔 농민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합니다

이주영 기자
- 4분 걸림 -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비바람을 꿋꿋하게 견뎌,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은 벼들이 추수를 앞두고 있다. 1년에 한 번 추수를 통해 1년을 먹고사는 농민들은 잘 자라준 벼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추수를 앞둔 농민들의 얼굴은 웃음꽃으로 가득한 것이 아닌, 그저 어두울 뿐이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정부의 ‘쌀 전면 개방’ 정책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WTO회원국으로, 일정량의 쌀을 의무로 수입함으로써 쌀 시장개방을 유예해 왔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국의 쌀 시장을 보호해왔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의 ‘쌀 전면 개방’이라는 발표로 인해서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쌀과의 경쟁력에 밀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물론 이번 정부는 513%의 높은 관세를 붙여서 쌀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농민들을 보호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농민들에게는 눈속임으로 보일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게 쌀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크게 미국과 중국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만약 513%라는 관세를 붙이고 쌀 개방화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미국, 중국과의 FTA로 인해서 훗날 쌀에 대한 관세를 없애버린다면 농민들이 우려했던 현실이 올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쌀시장 개방을 다시 유예시킨다면 의무수입물량을 두 배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4년에 쌀시장 개방 유예로 인해 의무수입물량을 4%에서 8%로 늘어난 것을 토대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때의 협상은 정부의 성급한 협상진행 및 오류를 범해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며, 당시 국회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정부의 쌀 협상 결과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한 바가 있다. 그리고 의무수립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규정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그 어디어도 명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항은 이해당사국간의 협상을 통해서 결정된다는 말이다. 결국 정부가 협상만 잘 해준다면 의무수입물량을 늘리지 않고 ‘현상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 어떠한 협상을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이러한 기회를 보란 듯이 던져버렸다. 과연 정부가 진심으로 농민들을 위하는 것일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23.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쌀이며.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그만큼 쌀은 우리의 주식이기도 하고 농업의 전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농업의 근간인 ‘쌀’이 무너진다면 우리에게 일어날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식량대란’이다. 식량대란이 일어난다면 식량을 수입하려고 들지 도대체 누가 수출하려고 들것인가? 다른 나라들은 앞으로 다가올 식량대란을 심각하게 여기고 식량 확보를 위해 자국의 자급률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와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부디 정부가 농민들의 말을 귀 기울여 ‘쌀 전면 개방’에 대해 재검토를 한 뒤 농민들이 원하는 답을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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