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

이제희 기자
- 4분 걸림 -

중간고사가 가까워진 4월 19일 등교를 하던 중 대학본부 앞 광장 일대에서 천원밥상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 부임한 곽병선 총장의 공약사항을 바탕으로 아침을 거르는 많은 학우를 위해 5,000원 상당의 간편식을 1,000원에 제공하는 행사라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많은 학생은 “아침 일찍 학교에 오느라 아침을 거르는데 이 행사를 통해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주변에서 학교에 다니기 위해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에 식욕이 없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학생도 있지만, 이른 시간에 등교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에겐 천원밥상과 같은 행사가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겪는 고충은 비단 아침 식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류태근(행정학·3) 학우는 “대학 제도상 영역별로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졸업 할 수 있기 때문에 수강하기 싫은 과목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박주영(경영학·3) 학우는 “대학생활을 하는데 생활비가 부족하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라며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생활비도 벌 수 있는 근로장학생 제도를 알고 있지만, 근로장학생을 선발하는 각 기관 사람들이 자신들과 연이 있거나 친한 학생들만 뽑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선발되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일어일문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힘들게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왔지만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처럼 학과특성상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졸업 후가 걱정 된다” 라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그 외에도 어떤 학생은 과제와 스펙 쌓기에 치여 밤을 새우느라 만성피로를 호소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기숙사에 자리가 없어 불가피하게 먼 거리를 통학하느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통학버스에서 허비하곤 한다.

대학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고민과 어려움 또한 다양하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는 생각을 하며 대학생활의 애로사항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같은 말들은 젊은 시절의 고충을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극심한 취업난에 내몰린 현대의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이 고민은 대학생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대학생들도 아픈 건 아프고 힘든 건 힘들게 느낀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고통은 우리사회가 당연시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원밥상은 비록 몇 차례 시행하고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대학생이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필자는 천원밥상과 같이 학우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줄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