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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위기

정다정 기자
- 5분 걸림 -

전국 대학이 취업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대학 설립 준칙주의가 시행되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대학생 수 또한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80년대 초반 평균 대학 진학률이 30%대 이던 것이 최근에는 80% 대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출생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 자원은 줄어드는 추세여서 급기야는 대학을 들어가려는 사람 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초래 되었고, 대학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대학이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인류 문화 발전을 위한 학문을 연마하고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는 최고 지성의 전당으로 인정되던 시절은 벌써 오래전에 지나갔고, 이제 대학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직업교육 기관으로 전락해가는 상황이다. 대학의 증가는 부실한 대학들을 잉태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두고 총체적인 대학교육의 부실과 이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정부에서는 대학 정보공시제도를 통하여 대학의 속살을 일반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주어 대학교육 수요자에게는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대학에는 변화의 압력을 넣고 있다. 소위 시장논리를 대학 교육에 접목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대학 교육 역량 강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취업률을 가장 큰 비중으로 하고 여기에 몇 가지 교육 여건 지표를 포함시킨 평가기준으로 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부실대학 리스트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도 역시 취업률이 가장 비중 있는 지표로 반영되었다.
이러한 작금의 정부 정책은 몇 가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대학의 고유 기능을 단지 일자리를 잡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대학에 가장 먼저 요구하는 기능이 그런 것이라면 대학의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잘 못 된 우리의 직업교육 체계를 손을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백번 양보하여 대학의 역할을 직업교육기관이라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몇몇 개별 대학이 졸업생의 취업 촉진 활동을 통하여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학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 모든 대학 졸업자의 취업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고용 여건의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많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대학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등 대학의 개혁을 마치 인기투표로 여론몰이 하듯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대학 전체가 국민 정서상 점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사회로 굳어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련의 조치에 일괄사표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어느 대학의 사례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학사회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저간의 현실적 조치에 대학사회 구성원들은 이미 큰 상처를 입어가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경쟁력은 대학 구성원과 그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사이의 이해와 협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약화된 대학의 경쟁력을 다시 일으키는 것도 결국은 대학 구성원들이 이루어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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