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낙서의 시대이다. 낙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제일 먼저 행하는 예술이었다. 하지만 간혹 이러한 낙서는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합천 해인사 전각에서 대량의 낙서가 발견돼 경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 이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해인사 17개 전각 외벽에 대량의 낙서를 저지르고 도망을 쳤다. 한번 훼손되면 복구 자체가 어려운 문화재의 특성상 그 문제의 심각성을 여겨 CCTV에 찍힌 남녀의 신변을 확보해 원인을 규명하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낙서라는 것은 어린 시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네 꼬마 아이들의 순수한 추억이자 내가 살던 동네에 대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쯤 낙서를 했다. 쓸 수 있는 도구가 있지 않아도 나뭇가지든 돌이든 장소 또한 벽이든 땅이든 도배를 새로 한 벽지든 가리지 않고 낙서를 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늙어서도 이러한 낙서를 하는 행동은 변함이 없다. 유적지의 담벼락에 내가 왔다 갔음을 모두에게 알리고자 낙서를 하기도 하고 깨끗한 벽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마찬가지로 인간 본연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낙서들은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고 온라인세계에서 댓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낙서의 천국이다. 한국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낙서의 천국을 만들었다. 온라인상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글이 수없이 많이 올라오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새로운 댓글을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적 제약이 없는 특징은 이러한 댓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지워지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댓글이라는 것은 어느 정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누구나 참여를 할 수 있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댓글을 통해 사회의 이슈에 대해 간접적인 참여를 하고 나의 의견을 피력하여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댓글이라는 것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쓴 글이 어느 누구에게는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리적인 상처는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상황에 따라 그 사람에게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줄 수 있다. 전혀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무책임하게 써내려간 댓글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다. 인터넷 댓글은 잘만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표현의 수단이지만 좋지 못한 의도로 사용이 된다면 사람을 죽이고 인간의 마음을 파헤치는 살인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댓글은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있기도 하지만 죽자 살자 달려든다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SNS가 발달하고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며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쉽게 정보를 얻고 또한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상의 발달은 댓글이 더욱 활발히 활약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우리는 댓글의 파급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이 쓴 댓글에 대해 재차 생각하는 자세를 길러야 할 것이다.
온라인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댓글의 문제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시간 수면위로 올라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는 댓글과 관련된 독특한 정책을 통해 댓글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초기 개인의 신상을 염려하여 익명제로 댓글이 실시됐지만,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누리꾼들의 신고 제도를 활용하여 게시물에 대한 삭제여부를 가리고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 댓글에 쓰는 누리꾼들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법적인 제재는 욕설과 비난이 난무한 사이버상의 댓글을 어느 정도 정화시키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비난하고 욕하고 무책임한 댓글은 인터넷상에 잔존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댓글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댓글을 쓰는 행동에 있어서 개인적인 재미와 생각보다는 좀 더 자신의 댓글에 대한 파급력을 생각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댓글을 바라보는 성숙한 자세의 누리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적은 댓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린 아이의 낙서는 아이의 인성을 키우고 창의력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었지만 인터넷의 악성 댓글은 사람사이의 유대관계를 무너뜨리고 사회의 불신을 키우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댓글을 쓰는 사용자는 댓글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댓글에 대한 올바른 사용은 깨끗한 온라인 환경을 만들고 여기서 발전한 시민의식은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