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내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할 것이다. 그것이 물욕이든 명욕이든 정욕이든 간에 살아 있는 한은 가지지 못한 모든 것들을 욕망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은 살아 있는 모든 자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인간이야말로 모든 욕망의 집결체가 아니던가. 자신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느냐, 철저히 숨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욕망하지 않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만약 아무 것도 욕망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러한 상태가 정말로 가능하다면, 그가 바로 부처일 게다. 나는 부처가 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나는 지극히 평범한 스노브(snob)로서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가고 싶다. 물론, 내 욕망의 성취가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욕망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욕망의 무게만큼, 혹은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성찰 없이 얻어지는 모든 것은 더 큰 불행의 시발점이 될 뿐이다.
넌 천재야. 그 말을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그런 곡을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칠흑같이 어두운 인생에 아름다움 불꽃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면, 찰나라도 이 밤을 환하게 밝힐 수만 있다면 기꺼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었다. (……) 도입부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가사와 곡, 연주 모든 게 완벽했다. 예전에 자신이 만들었던 노래보다,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노래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무는 한참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손에 피를 묻힌 대가로 얻은 곡이지만 노래를 듣는 순간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44쪽, 58쪽)
그들은 결국 달콤한 냄새로 상징되는 유혹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결핍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검은 슈트의 사내가 조정하는 대로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마저 망설임 없이 넘어버린다. 성찰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은 브레이크를 잃은 자동차와도 같아서, 그들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파멸뿐이다.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는 그 광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가 입은 슈트는 완전무결하게 검었고 그에게서 나는 향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절대적인 달콤함이었다. 도시의 한복판,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 그는 구심점처럼 박혀 있었다. 남자는 사람들의 흐름을 교란시키거나 파괴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그들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는 몇 사람을 주시했다. 짝퉁 가방을 메고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와 멀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셔츠의 소매 깃이 더러운 남자. 여자와 남자의 눈에서 뭔가가 천천히 끓어넘쳤다. (……) 누군가는 덥석, 누군가는 고민 끝에 남자가 던진 미끼를 물었다. 남자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욕망이라는 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자라나는 법이니까.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남자는 당분간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욕망의 숙주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282쪽)
인물들을 파멸로 이끄는 달콤한 향기, 혹은 검은 슈트의 사내에게 인간은 그저 ‘욕망의 숙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내미는 치명적인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냐 말 것이냐는 순전히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욕망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하는 정당한 대가에 인색해지지는 말자. 고작 ‘욕망의 숙주’가 되기 위해 당신과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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