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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란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세상 만물은 자연상태에서 항상 무질서, 즉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변하여 결국에는 더 이상 엔트로피의 증가가 없는 최대 엔트로피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이 법칙을 거슬러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결국에는 죽음과 더불어 이 법칙에 따라 무질서하게 흩어지겠지만 적어도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 까지는 살아가면서 생명체의 질서를 유지해 나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생물이 엔트로피 증대 법칙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로부터 음식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생체 시스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어느 면에서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이 기름을 넣고 달리는 자동차와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먹는다는 것이 기름을 자동차에 공급하는 것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어떤 생물학자는 생명의 본질을 바닷가의 모래언덕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오랫동안 제 모습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래언덕도 그것을 구성하는 모래알은 파도와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도 그 성분들이 끊임없이 해체되면서, 음식물에 의해 재구성되는 동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많은 세포와 조직들, 특히 피부의 각질세포는 매일 떨어져 나가고, 머리카락은 빠졌다가 다시 자라고, 과음으로 손상된 간은 다시 재생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체는 신체의 일부에 국한된 것에 불과하며, 뼈, 근육, 뇌와 같은 주요 구조들은 늙거나 죽기 전에는 큰 변화없이 전체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 몸의 구성 원소들도 끊임없이 분해되고 있으며, 지방이 축적되고 있는 순간에도 이전의 지방성분들은 분해된다. 단단한 뼈도 매순간 그 원소들이 끊임없이 교체되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완전히 새로운 뼈로 재구성되며, 일생동안 분열하지 않는다는 뇌신경세포의 DNA 조차도 그 구성 원소들은 분해와 회복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한 끼 식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섭취한 영양소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조사해 보면 그 대부분은 운동이나 체온유지에 쓰여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몸 여러 곳의 성분으로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것들은 어느 새 내 몸에서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명의 질서는 유지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생명의 이와 같은 동적인 상태를 ‘동적 평형’이라 한다.
   엔트로피 증대 법칙은 예외없이 생명체의 성분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이 법칙에 따라 생명체의 성분들이 무질서를 축적하기 전에 이를 해체하고 새로운 성분으로 생명체를 재구성한다면 시스템은 유지될 수 있다. 결국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에 항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튼튼하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를 흐름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생명이란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동적 평형 상태에서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효과, 또는 흐름 그 자체인 것이다. 나는 생명의 본질에 대해 이런 고민을 했던 위대한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와 생리학자 ‘루돌프 쇤하이머’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이철상 (생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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