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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다, ‘버스킹’

길을 가던 행인을 한 명의 관중으로 사로잡는 음악이라는 마법

박사랑 선임기자
- 11분 걸림 -
▲음악과 사랑을 다룬 영화 'once' :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날이 따듯해지면서 더욱 많은 뮤지션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연주나 노래를 하고 행인들에게 돈을 받는 일종의 거리 공연을 ‘버스킹(Busking)’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버스크(busk)는 길거리에서 연주한다는 뜻이다. 한국에 버스킹 열풍을 몰고 온 것은 슈퍼스타K를 비롯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이었다. 특히, <슈퍼스타K 시즌3>에서 홍대 앞에서 4년 동안 거리공연을 한 ‘버스커버스커’가 준우승한 이후 버스킹이 급증했다. 그러나 요새는 프로가 아니더라도 관심만 있다면 일반인 남녀노소 누구나 버스킹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주위에도 앰프와 마이크,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학우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학내·외로 버스킹 활동을 하는 세 팀을 소개하면서 버스킹의 장점을 알아보고 더 나아가 단점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거리공연예술동아리 ‘꾼’

▲꾼 단체사진 / 제공 : 꾼 회장 황정현 학우

 학내에서 버스킹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동아리는 거리공연예술동아리 ‘꾼’일 것이다. 꾼은 음악을 좋아하고 끼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동아리로 거리공연의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자 만들어졌다. 현재는 12명의 남녀 보컬 및 래퍼가 있으며 ‘거리예술공연동아리’라는 이름에 맞게 시간이 맞는 동아리 부원끼리 자유롭게 버스킹 활동을 한다. 이 동아리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실력파’라는 것이다. 우리 학교와 더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행사에서도 공연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무대에서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이 단단하다. 그래서 꾼에 가입하려면 필수로 면접을 봐야 한다. 거리공연예술동아리 ‘꾼’의 회장 황정현(무역학·4) 학우는 “사람들이 우리가 부르는 음악을 듣고 ‘와, 잘 부른다.’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였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노력하고 있다. 버스킹을 할 때 음악이 아닌 소음이 되어버린다면 그건 버스킹이 아니라 동냥이라고 생각한다.”며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했다.

 

어쿠스틱 기타&중창 동아리 '등대지기'

▲버스킹을 하고 있는 등대지기 부원들 / 제공 : 등대지기 회장 심효경 학우

 악기와 함께 버스킹을 하고 싶은 학우들이 있다면 어쿠스틱 기타&중창 동아리 '등대지기'에 주목할 수 있다. 현재 약 80여 명의 동아리 부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타, 건반, 젬베 등의 다양한 악기를 다루면서 노래한다. 인원이 많다 보니 매주 화요일에 회의를 통해서 신청자를 받아 원하는 사람들끼리 버스킹 공연을 진행한다. 이 동아리의 강점은 ‘잘하자’보다는 ‘즐기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공연 준비의 부담보다는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로 공연하는 편이어서 동아리 부원들은 더 열정을 가지고 모두가 즐기면서 공연에 임한다. 악기를 사용하다 보니 초보자도 배울 수 있고, 댄스곡도 어쿠스틱 하게 편곡하여 연주하기 때문에 들어본 노래라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쿠스틱 기타&중창 동아리 '등대지기'의 회장 심효경(토목공학과·2) 학우는 “버스킹 할 노래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어떤 노래가 듣고 싶을까, 어떻게 해야 지나가던 사람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한다. 버스킹 할 때 칭찬해주시는 분들, 길을 걷고 있을 때 달려오셔서 등대지기냐고 물어보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보면 뿌듯하다.”라면서 활동의 뿌듯함을 나타냈다.

 

군산 버스킹팀 ‘내쿠스틱’

▲버스킹 중인 내쿠스틱 팀 / 제공 : 내쿠스틱 팀원 성윤기

 우리 학교가 위치한 군산에도 버스킹을 하는 팀이 있다. 바로 ‘내쿠스틱’이라는 군산 버스킹 팀이다. 내쿠스틱은 주로 군산과 익산, 전주를 돌아다니며 활동하고 있는 팀으로 우리 대학 졸업생을 포함한 총 3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대부분 직장인이지만, 음악 할 때만은 취미를 넘은 진지한 마음으로 임한다고 한다. 이 팀의 강점은 가수 이선희, 김광석의 곡같이 7080 가요부터 최신 가요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감미로운 보컬과 기타와 키보드 선율, 그리고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커퍼션이라는 악기까지 갖춰 팀만의 색깔을 갖췄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관중이었다. 내쿠스틱의 팀원 성윤기는 '잘했다'를 넘어서 '보길 잘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차다고 전했다.

 

버스킹을 둘러싼 흑과 백

 버스킹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나 콘서트 등의 문화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과 시간이 든다. 또한, 정해진 일정에 맞추는 일이 바쁜 현대인에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버스킹은 시간대나 장소가 자유로워서 이동하는 시간, 공강 시간과 같이 짧은 시간에도 무료로 같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활발하다는 점도 버스킹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대관비 없이 거리에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으며 공연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인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앞서 소개한 버스킹 팀은 주로 은파호수공원이나 학교 앞 광장에서 버스킹을 진행한다. 그러나 학교 앞 광장의 경우 원룸촌이 가까이에 있어 소음공해로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점을 항상 유의하고 조심하고 있었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뮤지션의 주요 활동 무대인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도를 넘은 버스킹으로 주변 상인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3년 8월에는 인근 상인과 주민이 소음공해와 거리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민원을 내서 마포구청과 경찰이 홍대 앞의 버스킹을 단속하기도 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앰프를 쓰지 않는 버스킹이 많았고 혹 앰프를 쓰더라도 소리를 작게 냈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후, 뮤지션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앰프 음량을 경쟁적으로 키웠다. 그러한 무한 경쟁 속에서 결국 음악 소리는 소음으로 발전했다. 소음공해 이외에도 수많은 민원과 자리 분쟁으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리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버스킹 존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버스킹,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버스커버스커 / 출처 : 유튜브, 2012.07.08. 천안거리 공연

 실제로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결성은 천안 상명대학교에 속해진 젊은 친구들끼리 천안의 거리공연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목적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버스킹은 무대와 화려한 조명이 없더라도 악기와 관객만 있으면 가수와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공연이 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버스커버스커의 영향으로 홍대가 버스킹의 메카로 떠올랐지만 그런 장점 덕택에 홍대 못지않게 대학가에서도 많은 대학생이 활발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우리 학교의 총동아리연합회에서 주최한 ‘버스킹데이’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밴드, 보컬 등의 동아리가 학우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마련되었다. 우리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버스킹데이 행사를 기획하여 이제는 버스킹이 함께 음악을 즐기며 공유하는 하나의 대학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스킹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용기가 없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일반인도 자신만의 팀을 꾸리거나 혼자 거리로 나서고 있다. 또한, 버스킹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자기 팀만의 팬층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 버스킹 문화에 대한 갈등도 날이 갈수록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버스킹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공연을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소음 공해를 하면서까지 주변 상인과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바라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규제나 질서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버스킹에 관심은 있지만, 용기가 안 나서 망설이고 있다면 우리와 가장 가깝고 익숙한 동아리에서부터 시작하여 꿈을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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