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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절망 범죄’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무방비 도시’에 살고 있다

김의한 선임기자
- 6분 걸림 -

지난달 18일 의정부역 승강장에서 일용직 노동자 유모(남·30)씨가 지하철을 기다리던 불특정 다수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공업용 커터칼을 휘둘러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씨는 역사 밖으로 도주하던 중 뒤쫓아 온 공익근무요원 1명과 승객 2명에게 저지당하다가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목격자는 당시 유씨가 지하철 바닥에 침을 뱉자 이를 본 한 남성이 유씨에게 “어른이 공공시설에 침을 뱉으면 되느냐”고 따졌고 유씨가 이를 피해 전동차에서 내리자 남성이 유씨를 쫓아가 재차 따졌다고 했다. 유씨의 칼부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에게 훈계한 남성과 그 일행 2명에게 칼을 휘두르고 난 뒤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 아무 상관없이 전동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의 얼굴과 팔 등에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의정부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2일 저녁에는 서울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서 길을 가던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30)씨는 전 직장 상사였던 김모(32)씨와 부하 직원이었던 조모(31)씨의 얼굴과 목, 배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나다가 길에서 마주친 행인들이 자신을 제지하려고 하는 것으로 오인해 이들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 김씨는 실적 저하에 따른 직장 동료들의 모욕적인 언사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됐으며 이에 앙심을 품고 전 직장동료 6명을 죽이려 했다고 자백했다. 이날 김씨에 의해 상처를 입은 사람은 전 직장동료 두 명과 길을 가던 행인 두 명 총 4명이었다고 한다.
많은 매체에서 이들의 범죄를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절망범죄에 더 가깝다. 절망범죄는 ‘절망’이 원인이 되어 저지를게 되는 범행으로 사회 안전망에서 낙오된 사람이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거리에서 칼을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최근 사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불안한 일자리로 생활고를 겪던 소외계층이 저지른 자포자기형 범죄들이었던 것이다.
의정부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유씨는 오랜 실업상태로 힘들어 하다가 직장을 찾아 서울로 올라가던 중이었다고 했으며 여의도 흉기난동사건의 피의자 김씨 또한 직장 동료들의 언사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자살을 결심하던 중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다른 사건의 피의자들도 특별한 직업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등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절망살인 즉 절망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뚤어진 사회구조가 근본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절망범죄의 피의자들은 경제적으로 소외됐을 뿐만 아니라 직장,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단절돼 있는 ‘외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뉴스A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 가해자들은 처지가 똑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으며 우영섭 여의도 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죽고 싶다. 그것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엔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그것이 사회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현대화로 인해 상실된 공동체 기능 회복, 극단적 처지비관자나 사회불만자에 대한 상담?치료, 이웃에 대한 배려심, 소외 학생에 대한 교육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격성을 완충시켜줄 수 있는 게 관계와 소통인데 외톨이형은 이런 완충작용을 해주는 관계가 문제”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들의 고통은 결국 그들 개인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무방비 도시’에서 벗어나는 탈출구의 열쇠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김의한 기자
han@kunsan.ac.kr
 

*참고
「장기불황이 원인? ‘묻지마 범죄’ 공통점 있다」『뉴스A』,2012.8.23
「잇따른 ‘묻지마 범죄’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원인」『HealthO』,2012.8.24
「10명 중 9명, "묻지마 범죄 피해자 될 수 있다" 생각」『ZDNet Korea』,20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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