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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담긴 개개인의 ‘개성’

노신영 선임기자
- 4분 걸림 -

 편집장이라는 직위에 따라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아왔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글 잘 쓰는 법’이다. 대부분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그 질문을 듣고 나면 왠지 모를 생각에 잠기게 된다. 글의 잘 쓰고 못씀의 기준은 무엇일까?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많은 기자들의 글을 교정하는 언론사의 편집장으로서 글을 ‘잘’쓰는 방법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글이 누군가로부터 ‘잘 썼다’라는 칭찬을 받았다면, 그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보다는 그저 글쓴이와 읽는이가 추구하는 성향이 비슷했기 때문이 아닐까? 개개인에게 선호하는 취향이 있듯, 글 역시 그런 것이다. 내가 감성적인 사람이라면 감성적인 문체에 이끌릴 것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간단명료한 글에 이끌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를 망각하고 글쓰기에 지레 겁먹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언론사는 ‘기사’를 작성하는 집단이다 보니 육하원칙이라는 글의 틀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누구나 처음에는 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임기자로부터 많은 교정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때 자신의 글에 자신감을 잃고 다시 펜 잡기를 꺼려하는 기자가 종종 있다.

 사실 나 역시 편집장으로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긴 하나, 글쓰기란 매번 어려운 숙제로 느껴진다. 글을 쓸 때 긴 시간을 들이는 편이라 스스로 의구심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그 상황에 좌절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의 글이 타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그래서일까,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문학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성향이 기사를 쓸 때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두 스타일의 글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내가 감성적인 글을 추구하듯,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성향과 닮은 글의 ‘개성’이 존재할 것이다. 타인이 나의 글에 지적을 남겼다고 해도 나의 글이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주눅들 필요 없다. 오히려 그 지적을 달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격의 글쓰기를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매해 언론사 수습지원서를 보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는 학우도 매번 한 명씩은 존재한다. 글쓰기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렇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언론사에 지원했던 친구들이 정기자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괜스레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는 편집장으로서 우리 기자들의 다양한 개성을 기사로 접해왔고, 그로부터 배운 점도 굉장히 많다. 이는 편집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글쓰기를 어렵게 여기는 학우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스스로의 개성을 담아낸 글쓰기를 먼저 권해보고 싶다. 본인의 성향은 어떤 편인지, 글을 씀으로서 전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등 스스로의 감정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펜을 쥔 손은 가벼워질 것이다. 그렇게 진솔한 마음을 담아 글을 완성시켰을 때, 나름의 만족감을 느꼈다면 그 글은 비로소 ‘잘 쓴 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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