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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보고<br>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 2006

김의한 선임기자
- 6분 걸림 -

일단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고 본문을 시작하려고 한다. 영화는 만원 지하철에서부터 시작한다. 직업을 구하러 가는 주인공, 그가 회사 면접을 보러 만원 전철을 탔다가 치한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데서 시작한다. 이에 주인공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담당 형사는 자백하라는 추궁과 협박을 한다. 결국 주인공은 구치소에 갇히고 만다. 구치소에서 지독한 생활하며 고독감과 초조함에 시달리는 주인공.
이는 2006년도에 실화를 바탕으로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친 사회영화로서 일본과 비슷한 사법제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법을 전공하거나 전공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정의란 무엇인가? 또 진정한 재판의 의미란 무엇인가? 라는 감독의 문제제기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정의의 한 모습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다른 작품에서 동네구멍가게 아저씨역등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던 사람을 판사로 내세웠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기로는 관객(일본에 있는 한정된 인원)에게 미리 영화가 해피엔딩처럼 끝날 것처럼 보여주다가 허를 찌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법이 죄의 유무를 판단하기 보다는 하나의 무기로써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러한 배우를 선택하였는지 모른다.
영화를 보고 문득 나에게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본인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상황이 본인을 범인으로 몰고 간다면 본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본인의 신상정보가 남지 않는다면 구태여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본인이 단순히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기회비용(본인이 무죄임을 입증하는 데 걸리는 돈과 시간)을 헛되이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을 영화감독은 포착하여 스크린에 담은 것 아닌가 싶다.
영화가 초반에 시작 할 때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처한 중년 남자가 등장한다. 물론 중년 남자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일찍 인정한다. 하지만 둘의 결과가 참혹할 정도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년 남자는 불과 반나절 만에 풀려나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2차 공판, 즉 반년이 걸려가면서 무죄임을 입증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는다. 이러한 시간을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지독한 점이다.
즉 이러한 지독한 상황 때문에 관객은 아이러니에 빠지고 만다.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혹은 과연 법이란 진실을 밝히는 도구인가라는 점이다. 특히나 재판의 절차가 정의를 실현하고 범죄인을 엄단하기 보다는 행정절차에 얽매여 오히려 죄가 없는 사람을 사법재판이라는 형식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인권이 열악했던 시절에 대한 반성으로 인해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과정의 반작용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는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리하자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죄를 뒤집어쓴 무고한 사람의 투쟁기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법제도와 관료사회가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사이, 모순과 문제점이 상존하는 폭력적인 현실과 제도가 한 남자를 실험대에 올리는 것이다. 영화는 억울한 남자에 대한 동조와 연민을 구하는 대신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관과 관객을 나란히 피고석에 앉히는 것이다. 일례로 어딘가 억눌린 모습의 남자, 별다른 직장이 없는 남자는 종종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히곤 한다. 사회의 질서와 범죄 예방을 이유로 소수의 약자를 범법자로 치부하는 데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와 공모가 자리하고 있다.
본문을 정리하면서 본인이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주인공이 검찰청으로 가는 도중 잠시 창문 밖을 보는 장면이다. 창문 밖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감독은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장면을 스크린에 담았을까? 아마도 감독은 얼마 전까지 마천루의 거리를 걷던 자신과 검찰청으로 가게 된 주인공의 모습을 비교하듯 보여줌으로써 그 누구에게나 이러한 상황이 통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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